▲ 서울 중구 소재 저축은행 입구에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작년보다 39조 1499억원 늘어
서울 부동산 시장 호조에 영향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가계, 기업 등이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 비은행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 사상 최대인 763조원을 넘어섰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비은행금융기관의 여신 잔액은 763조 6923억원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3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작년 말과 비교하면 상반기에 39조 1499억원(5.4%) 늘었다. 증가 규모는 작년 상반기(34조 8909억원)보다 4조 2590억원 많이 늘어났다.

비은행금융기관에는 이른바 제2금융권으로 불리는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생명보험사 등이 들어간다. 상반기 여신 증가액을 금융기관별로 보면 자산운용사 잔액이 60조 3694억원으로 11조 587억원(22.4%) 늘었고, 저축은행은 47조 2628억원으로 3조 7982억원(8.7%) 증가했다. 신용협동조합은 4조 230억원(7.7%) 증가했고 상호금융은 13조 2609억원(5.9%), 새마을금고는 7조 1578억원(7.9%) 각각 늘었다.

이 같은 결과는 서울지역 부동산 시장 호조에 따른 주택담보대출과 사업자금, 생활비 등을 위한 대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제2금융권 대출은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이용하고 금리가 높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6월 발간한 가계부채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 소득 1분위(하위 20%)는 가계대출에서 비은행권 비중이 55%를 차지했다. 65세 이상 고령층과 자영업자도 비은행권 가계대출 비중이 각각 43.2%, 41.4%로 높았다.

특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향후 제2금융권 대출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와 기업의 부담은 더 커지게 된다.

정부의 8.2부동산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강화됐고 이달 중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가계부채 관리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라 제2금융권에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가계대출이 깐깐해지면서 개인사업자(자영업자)를 비롯한 기업 대출이 급증할 개연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지난 5월 말 비은행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잔액은 110조 5685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3조 5388억원(14.0%)이나 늘었다. 1∼5월 증가액이 작년 같은 기간(7조 1716억원)의 2배에 가깝다.

이런 가운데 올해 하반기 제2금융권 대출이 증가세를 지속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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