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우 시사칼럼니스트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미묘한 시점에서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4박 5일의 일정으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하여 알려진 바가 있다.

사실 김 위원장의 방중(訪中)은 이미 지난 4월에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이후 그 시기가 미루어진 것인데, 이명박 대통령이 상하이(上海)에서 후진타오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지 며칠 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건강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김 위원장의 행보가 어떤 상황으로 진행될지 궁금하였는데, 단둥(丹東)을 거쳐서 첫 방문지를 다롄(大連)으로 택한 것을 미루어 볼 때 이번 방중(訪中)의 초점이 경협문제와 밀접한 것으로 짐작되었다. 이어서 베이징으로 이동하여 후진타오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여러 가지 안건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최우선적으로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중국에 경제지원을 요청하였을 가능성이 크며, 현재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6자회담의 재개문제에 대하여 김 위원장은 회담을 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는 다소 원론적인 언급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 원인규명을 둘러싸고 남북 간에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하여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특별히 언급된 것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후계자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의 동행여부인데,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하여 볼 때 그와 관련된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볼 때 이번에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 아울러 김정은과 관련하여 전 세계에 그야말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3대 세습은 결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미 필자가 의견을 밝힌 바 있는 김평일 대사가 후계자로 결정되는 것이 앞으로 북한의 장래를 위해서 가장 타당성 있는 대안으로 생각하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불가피한 상황에 의하여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 차선책으로 김 대사가  외교관으로서 오랜 해외생활을 하면서 터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북한에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요직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 방중(訪中)에서 결코 예사롭게 볼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 그것은 중국이 북한의 개방을 요구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김 위원장이 다롄(大連)과 톈진(天津)에서 경제관련 기관의 시찰을 통하여 중국과의 경협문제에 대하여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지만, 후진타오 주석과의 회담에 이어서 그 다음날에 열린 원자바오 총리와의 회담에서 원 총리가 이례적으로 중국의 개혁과 개방에 관한 체험담을 소개하고 싶다는 언급을 통하여 중국도 이제는 북한이 개방의 길로 나와야 한다는 강한 암시를 주었다고 본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일에 평양으로 귀환하였으니, 이번 방중(訪中)에서 느낀 것을 앞으로 어떤 식으로 펼쳐 나갈지 그의 행보를 지켜볼 생각이며, 이제 북한도 더 이상 폐쇄적인 사회를 고수할 것이 아니라 개방의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시(直視)해야 할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