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으로 읽는 한국문화’ 저자 박한나

지방에서 목회사역을 하시는 분을 만났다. 대부분의 교우가 다문화가정으로 한국사회에서 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매일 체감하고 산단다.

“다문화가정의 문제점은 ‘가정을 이룬 이상 어려워도 참고 살아야 하고, 엄마인 이상 내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가정에 대한 개념이랄까, 가정관(觀)이 없는 것이 가장 심각한 것 같아요. 앞으로 10년 뒤 아이들이 자랐을 때 어찌 우리 사회가 감당할지 정말 걱정입니다.”

그 목사님은 자신도 처음에는 뉴스에서처럼 폭력을 휘두르는 한국인 남편들이 주로 문제라고 여겼고, 생활이 어려워 자식마저도 버리는가 했지만 실제로 다문화가정을 접하고 보니 그런 일은 적은 편이란다. 오히려 국제결혼으로 이주해온 여성들의 학력수준이 중졸도 대체로 안 되는 경우가 많아 결혼은 막상 했지만 가정이라는 의식, 가치, 개념이 없어서 자신과 말이 통하는 자기네 나라 사람들과 나쁘게 어울리다가 가출을 하기까지 이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문화가정의 얘기는 시골만의 그리고 형편 어려운 사람들의 얘기만도 아니다.

지금까지 다문화가정문제를 말할 때 주로 보건복지부적 시각이 강했다고 본다. 즉 사회복지사가 마치 불우이웃을 돌봐주듯 이주 여성들에게 이국땅에서 얼마나 힘들겠냐며 그들에게 물질로 베풀고 직장을 잡아주려고 하며 집집이 찾아가면서까지 한국말도 가르쳐주는 등 남의 집에 온 객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전통적 미덕을 잘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인간적이고 훈훈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미봉책이다. 왜냐하면 핵심이 빠졌기 때문이다. 문제의 본질 즉, 시작된 원인과 그 목적을 분명히 할 때, 문제해결에는 반드시 선 순위의 핵심이 있게 마련이다.

요즘처럼 다문화가정이 화제가 된 근본 원인은 저출산에서다. 예전 6·25가 끝나고 미국인과 국제결혼한 한국여성도 적지 않았고 화교들과 결혼한 한국인 그리고 공산화된 월남을 피해온 베트남 피난민들, 농촌총각과 연변처자들과 결혼 등 국제결혼은 그동안 진행되었지만 요즘처럼 그들에게 초점을 두지는 않았다. 그만큼 한국사회가 저출산이라는 심각성을 인식하고부터지만 그렇다고 그 대안이 꼭 국제결혼가정의 권장이란 말인가.

엄청난 지출과 그 돈에 못지않은 2세 교육으로 인한 20~30년 뒤 우리 사회가 짊어질 무게는 어떤가. 무지개는 아름답지만 민족이 많이 섞인 인간 무지개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 20년 뒤, 한국 군대에는 온갖 말을 해야 알아듣는 군인들이 있다고 할 때 과연 경쟁력은? 미국이야 다문화가 아름답다고 외칠 수밖에 없지만 우리처럼 작은 나라가 사는 길은 그래도 머리 믿고, 부지런함 믿고, 하나의 모국어로 의사소통이 빠름에 있지 않는가. 차라리 한국여성에게 다양한 혜택으로 자녀양육을 적극 권장하고, 민족성이 같은 새터민 여성들에게도 적극 장려함이 더 지혜롭지 않는가.

그럼에도 다문화가정에 초점을 두려면 이제는 보건복지부적보다는 교육부와 법무부적 시각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즉 선 교육, 후 베풀기다. 오늘날 유태인은 수없이 많은 국제결혼을 거듭하지만 정체성 하나로 온갖 열방을 몰아내고 있지 않는가? 어차피 섞여 살게 된다면 우리 집에 맞는 사람으로서 먼저 교육해야 함이 피차가 행복해지는 이치다. 국제결혼한 외국인 아내에게 먼저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교육해야할 것이다. 자식농사가 최고라는 한국적 모성애가 있기에 오늘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살아남는 힘임을 교육할 때다. 그들에게 자녀양육의 희망을 불러일으켜 주고 한국적 가정 개념과 사회적 적응에 대한 일정 소양 교육을 실시한 후에야 비로소 그들에게 사회적 일자리를 가질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필리핀 여성에게 영어강사로 활동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 아니라 부모로서 자녀양육의 가치를 알려줌이 우선이며, 이후에야 이중언어사용자로 자질을 발휘하게 돕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정작 다문화가정 여성들이 원하는 ‘우리를 남처럼 생각지 말고 한국인으로 봐달라는’ 것이기도 하다. 그들도 더 이상 자신들이 다문화 이벤트의 얼굴마담으로 사진 찍히기만을 원하지 않는다.

다문화가정에서 외국인 아내들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국내인의 실업문제, 외국인전용교도소, 안산시와 같은 외국노동자들이 많은 곳에서의 한국여성들의 피해 사례, 지하철 안에서 양로석을 모르고 앉아있는 등 사소한 풍경에 이르기까지 서로 섞여 살기에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대다수 한국인들의 고충도 있음을 그들도 점차 인식할 수 있도록 의식교육에 중점을 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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