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 세계 위안부의 날 맞춰 출간
피해 할머니 증언 토대로 작품 완성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8월 14일은 세계 각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세계 위안부의 날’이다.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학순(1924~1997) 할머니는 1991년 8월 14일 생존자 중 최초로 피해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 증언했다. 그로부터 26년 후인 2017년 8월 14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이 담긴 만화 ‘풀’이 출간됐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1942년 중국 연변으로 끌려가 일본군의 위안부가 된 이옥선(91,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 할머니다.

▲ 만화 ‘풀’의 주인공인 이옥선 할머니. (출처: KBS 스페셜 ‘일본군 성노예자, 이옥선’ 캡쳐)

책은 유난히 학교에 다니고 싶어 했던 어린 시절의 할머니가 학교에 가지 못하고 우동가게와 술집으로 팔려 간 이야기부터 중국으로 끌려가 위안부로 지낸 시간, 55년 만에 고향 땅을 밟은 이야기 등을 그리고 있다.

‘풀’을 집필한 김금숙(46) 작가는 3년여에 걸쳐 작품을 준비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 할머니를 취재해 생생한 증언을 듣고 이를 토대로 만화를 완성했다.

작가는 당시 할머니의 감정과 심리 상태를 흑과 백을 사용해 담담하지만 묵직하게 표현했다. 일본군이 행한 폭력에 집중하기보다 할머니의 일생에 초점을 더 맞춘 것이다.

또 작가는 할머니를 단순히 피해자로서만 묘사하고 있지 않다. 대신에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지고 전쟁을 반대하는 평화운동가이자 인권운동가로 살아가고 있는 존재로 그렸다.

▲ 만화 ‘풀’ 작품 이미지 (제공: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책 내용 중 10장인 ‘미자 언니’는 14회 대한민국 창작만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아 명확한 주제의식으로 역사와 보편적 인권 문제를 말하고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작가는 2014년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개최한 ‘지지 않는 꽃’ 전시회에서 단편만 화 ‘비밀’을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이 이후 세계가 공감하는 보편적인 인권 문제인 위안부 문제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됐다”며 장편 만화 ‘풀’을 기획한 배경을 밝혔다.

‘풀’은 프랑스 델쿠르 출판사에 판권을 수출해, 프랑스어판으로 출간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할머니의 피해와 직접 연관이 있는 일본과 중국뿐 아니라 서구권에도 할머니의 일생과 평화에의 염원을 알리게 됐다.

2017년 7월 기준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할머니는 모두 239명이며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는 37명이다. 할머니들은 아픈 역사를 조용히 묻어두지 않고 피해를 알려 이 땅에 더 이상의 전쟁이 발생하지 않고 평화만이 남기를 외치고 있다. 만화 ‘풀’은 할머니들과 함께 우리가 잊지 말고 꼭 기억해야 하는 역사를 묵직하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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