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여름방학기간 석면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전국의 학교 비율 (제공: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당국 석면 관리 부실
학부모 석면모니터링 결과
전국 66.9% ‘석면학교’

[천지일보=강병용 기자] 올해 7~8월 석면철거 작업을 끝낸 교실에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무더기로 발견되는 등 개학을 앞두고 학교 건물이 석면으로 오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는 14일 오전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학중 석면철거학교 전국 1280개 학교의 1389개 현장 명단’을 공개했다.

단체에 따르면 학부모대책위원회와 환경보건시민센터 등은 지난달 서울, 인천, 경기 등 학교 5곳에 대한 현장모니터링을 실시했다. 그 결과 모든 학교 교실, 연구실, 복도 등에서 백석면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석면텍스 조각들을 발견했다.

단체가 5개 학교에서 51개 고형시료를 채취해 사설 전문기관에 검사를 의뢰하자 47개 시료에서 농도 3~5% 백석면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2009년 석면 사용금지 조치 당시 석면 함유기준 상한선을 1%로 규정한 것에 3~5배에 달하는 수치다.

▲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최예용 소장이 학교 석면 철거 공사 중 발견된 석면인 석면함유 천장재와 비석면 천장재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여름방학동안 전국 1280개 학교 현장에서 석면자재를 철거하고 비석면자재를 설치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갖춘 석면철거가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학교 시설에 석면자재인 석면함유 천장재를 비석면 천장재로 교체하는 철거 과정에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작업이 진행될 시 공기 중에 석면이 비산 먼지로 오염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단체는 방학 중 학교 석면철거작업에 미숙련 작업자들이 대거 동원돼 일반 건물 철거하듯 진행됐고 석면철거와 관련, 감리기능 역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석면은 섬유 형태로 솜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단열, 보온 등의 기능이 뛰어나 과거에 건축자재와 공업용 원료로 많이 사용됐다. 흔히 지붕 재료와 천장재로 쓰이는 ‘석면텍스’가 석면을 활용한 대표적인 건축자재다.

석면이 사람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부터 석면사용을 단계적으로 금지했고 지난해에는 모든 석면 함유제품의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사람이 호흡기를 통해 석면가루를 마실 경우 폐암이나 석면폐증, 늑막이나 흉막에 악성 종양이 생길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석면 피해 문제로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기도 했다.

▲ 지난달 과천 관문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석면철거가 끝난 교실, 복도 등에서 채취한 석면의심시료를 분류하고 있다. (제공: 환경보건시민센터)

경기 과천 소재 관문초등학교에서 직접 석면모니터링을 실시한 학부모대책위 소속 한정희씨는 “여름방학 중 센터장과 함께 학교석면에 대한 문제제기를 했다. 이후 업체가 와서 현장청소하고 완료하는 단계까지 철거업체를 불러 설명회까지 했지만, 업체 측은 공사 마쳤다는데 석면이 그대로 남아있는 걸 확인하니 안전 검사를 어떻게 통과 했는지 이해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 도봉구 소재 월천초등학교의 학부모 김미란씨는 “교실에 쌓인 석면 폐기물에 대한 청소를 요구해서 청소를 마쳤으나 운동장에 폐기물이 그대로 쌓여있다”면서 “작업 시작 단계부터 석면이 매립지로 갈 때까지 업체에서 해결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했고 이를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단체는 “학교석면문제는 미래세대인 초중고교 학생들이 1급 발암물질에 노출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교육청, 학교, 학부모, 교사, 학생, 지역사회, 노동부와 환경부 등 관련기관들이 공동으로 석면안전체계를 철저히 갖추고 학교 석면철거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석면철거 문제는 거듭된 지적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교육부가 국회 김삼화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전국 2만 856개 학교 중 66.9%인 1만 3956개의 학교가 석면을 사용했다. 무석면 학교는 전체의 33.1%인 6900개교에 불과하다.

향후 센터는 현장조사결과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할 계획으로 현장조사에 나선 5개교 이외의 학교에 대해서도 명단을 교육부에 전달해 조치를 촉구할 예정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