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통성년례를 모두 마친 남녀 청년. 예복을 입고 예식을 도와주는 집사와 함께 앉아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전통 성년례가 치러지는 대덕구청소년수련원. 갓 20세가 된 청년들은 이제 성인이 된다는 사실에 들뜬 마음으로 자리를 잡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긴장한 마음도 잠시일 뿐 성인이 되는 예식이 차례차례 진행되자 긴 시간 동안 이어지는 복잡한 성년례 순서를 다 지켜보지 못하고 조는 청년들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자신들의 차례가 되자 언제 졸았냐는 듯 반짝이는 눈빛으로 경건히 의식을 치러냈다.

매년 거행되는 5월 셋째 주 월요일 성년의날을 맞아 전통성년례가 대덕구와 회덕향교 주관으로 17일 대전시 대덕구청소년수련원에서 열렸다. 동과 학교, 보호관찰소에서 추천을 받은 20세 남자 28명과 여자 15명 등 총 43명이 참가해 전통성년례를 치렀다. 이날 성년례에서 남녀 대표자 2명은 정식 순서를 다 밟았고, 나머지 참석자들은 중요 순서에만 동참했다.

전통성년례는 예절과 정신을 가다듬고 마을의 어른에게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받는 우리 선조들의 의식이다. 이때 성인이 되는 청년은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교훈을 받아 마음에 새긴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통성년례는 두 가지로 구분된다. 남자 쪽은 아버지와 마을 남자 어른이 치러주는 관례를 하고, 여자 쪽은 어머니와 마을 여자 어른이 치러주는 계례를 한다.

관례는 남자 아이가 성인이 되는 의식으로 15세에서 20세가 되는 해에 길일을 택해 머리를 올려 상투를 틀고 관을 쓰는 의식이다.

여자 아이가 성인이 되는 의식은 계례다. 이는 여자 아이가 15세가 되면 머리에 쪽을 찌르고 그 위에 대체(부인들 이마 바로 위편 머리에 얹는 작은 장식 머리) 또는 족두리를 얹고 용잠(용비녀)을 꽂는 것으로 이때 의복은 흔히 녹색 저고리에 붉은색 치마로 한다.

남자 여자는 모두 관례와 계례를 치른 후에야 관명과 자가 주어지고 성인으로서 혼례를 할 수 있었다. 남자는 관례를 치러야만 임관의 자격과 향교나 성균관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을 받았다.

 

▲ 예식의 마지막 순서인 술 예절을 배우고 있는 참석자들. ⓒ천지일보(뉴스천지)

 

숭현서원 송구영 원장은 “본래 관례와 계례는 따로 진행되는 의식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보통 동시에 같이 치른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도 동시에 진행됐다.

이런 예식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참석자들은 예식을 진행하는 생소한 한자문 낭독소리와 전통의복에 몸을 어떻게 두어야 할지 곤혹스러운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속내를 들어보니 전통식으로 치러지는 성년식이 한편으로는 청년들에게 의미가 깊다.

유선경(21, 여, 한남대) 학생은 “처음엔 이런 건지 모르고 왔다. 절하는 것도 어렵고 낯설었지만 색다르고, 흔히 학교에서 선배들이 해주는 밀가루 의식 같은 것보다는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류용선(21, 남, 인하대) 학생은 친구들에게도 성년례에 참석해 보라고 추천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성년이 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 되는 것 같다”며 “친구들에게도 해보라고 하고 싶다”고 전했다.

전통의식으로 치러진 성년례는 다소 복잡했다. 먼저 남녀 한 쌍이 성년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성년식 대상자를 포함해 도와주는 사람까지 모두 12명이 참석해야 했다. 우리 선조에게 한 사람이 성인이 되는 것은 주변 사람들이 큰 관심을 가져야 했던 중대한 의식이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예식이 진행되는 동안 의복도 3번이나 갈아입는다. 먼저는 남녀 모두 성인이 되기 전 어린이 의복을 입고 나와 남자는 상투를 틀고, 여자는 머리를 올려 비녀를 꽂는다. 이렇게 성인임을 알리는 표시를 머리에 하면 그 다음으로는 성인임을 알리는 의복인 심의와 당의로 갈아입었다.

이후 성인이 되고 남녀가 가장 중요하게 치르게 되는 거사인 혼례 때 입는 예복으로 다시 갈아입는다. 남자는 머리에 관을 쓰고 앵삼을, 여자는 머리에 족두리를 하고 활옷을 입었다. 이는 궁궐에서 입는 옷이다.

또한 성인이 된 청년들은 의례와 함께 손님으로부터 축시를 받게 된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어린 마음을 버리고 성인의 덕을 지니고, 몸가짐을 삼가고 어버이께 효도하면 영원히 하늘의 큰 복을 누린다는 것이다.

이로써 성인이 되는 예식을 치르고 예복까지 갖춰 입은 성인은 마지막으로 어른에게 술을 배우며 의식을 마무리했다.

▲ 계례식에서 족두리를 쓰고 성인으로 인정받는 여 청년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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