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오는 15일 광복 72주년을 맞아 종로 보신각에서 타종행사를 개최한다. 올해 타종인사로 선정된 9명 중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일제 ‘군함도’ 강제동원 생환자 이인우 옹, 도산 안창호 선생의 손자 로버트 안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여전히 가해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기에 광복절 종소리는 광복의 기쁨보다는 원통함이 더 깊게 전해질 듯싶다.

광복절(光復節)은 일제에 빼앗긴 주권을 도로 찾은 날이다. 1905년 가쓰라 태프트 밀약 이후로부터 치면 무려 40년 만에 주권을 되찾은 날이다. 표면적인 주권은 72년 전에 되찾았지만 일제가 수탈한 것들을 복원하고 되찾아오는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상처 또한 아물지 않고 있다. 최근 광복절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 군함도를 통해 조명된 강제징용과 위안부 등 일제의 잔혹한 인권유린은 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직 필요한지를 새삼 일깨웠다. 당시의 참담함을 어찌 짧은 영화로 대변할 수 있겠는가마는 일제의 강제징용 사실을 알렸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수차례 영화화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고 독일 후손들이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반면 일제의 인권유린은 상대적으로 아주 미미하게 알려져 있다.

독일과 일본은 비슷한 만행을 저지른 전범 국가지만 한쪽은 끝없는 사죄의 행보를, 한쪽은 끝없는 은폐 행보를 보이면서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우리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진실규명을 통해 일본이 온전히 사과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일본의 현세와 후대가 자신들의 선대가 저지른 야만적인 행동에 대해 가슴으로 뉘우치고 다시는 그런 전철을 밟지 않겠노라 다짐하게 해야 한다. 일본이 70여년이 지나도록 과거를 온전히 회개하지 않고 버티는 것은 그들의 만행이 너무 악랄했기 때문이며, 후손들이 만행을 알았을 때 느낄 충격이 두려워서다. 그러나 가해자의 후손이 받을 충격과 피해자가 당한 잔혹한 아픔과 견주는 것부터가 뻔뻔한 일이다. 원래 가해자는 쉬이 잊어버리지만 피해자는 평생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산다. 그 피해에 대한 첫 보상은 진실규명과 사과다. 광복 70여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강제징용과 인권유린의 악몽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에게 가해자의 사과 없는 광복절은 온전한 광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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