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지난 10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이 발표된 가운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에서 수능 개편안에 따른 대입 변화와 전망을 짚어보았다. 아래는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실장이 분석한 내용이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시행한다면?

상위권 수험생들의 수능 변별력 약화를 예상해 대학에서는 정시 모집에서 수능 이외에 대학별고사(면접, 적성 등) 또는 학생부 성적을 수능과 병행해서 선발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수능만 준비해도 되는 현재 정시 전형보다 수험생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수능 시험에 재도전할 경우(2017 수능 응시자 기준, 졸업생 24%), 전년도에 비해 시험 난이도가 높아진다면 실력은 향상되겠으나 등급은 답보 상태이거나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전년도 수능과 난이도가 비슷하더라도 향상된 점수가 절대평가 등급 구분 점수 구간 안에 머물게 되면 등급 상승이 안 될 수 있다. 반대로 1~2문제만 더 맞힐 경우 등급이 향상되고 목표 대학에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재수와 반수(특히)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수도 있다.

또 중학교 단계에서 수능 대비 선행 학습을 원하는 희망자가 늘어날 수 있다. 즉, 목표 점수가 명확하기 때문에 중학교 과정에서 준비할 수 있는 수능 문항을 뽑아서 과목별 수능 예비 학습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고등학교 과정에서 수시모집 준비를 위한 학생부 교과와 비교과에 집중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이다. 수능 예비반이 중3에서부터 생겨나면 수능 준비 기간이 5년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수능 일부 과목 절대평가를 시행한다면?

전 과목 절대평가제를 보완해 수능 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선책으로 보인다. 고등학교에서는 절대평가 과목보다는 상대평가 과목인 국어와 수학을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국어와 수학을 중심으로 한 사교육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절대평가 과목보다 상대평가인 과목에 학습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변별을 위해서는 국어와 수학의 난이도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즉, ‘과목 쏠림 현상 → 학습량 증가 → 난이도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

2018학년도 수능에서 첫 절대평가로 시행되는 영어의 정시 수능 반영 비율을 예로 들면[참고표1], 대학에서는 절대평가 과목보다 상대평가 과목을 높게 반영할 것이다. 또한 절대평가 과목인 ‘영어, 공통사회·공통과학, 한국사, 제2외/한’도 반영 비율 및 등급 간 점수 차이 반영[참고표2, 참고표3]에 따라서 과목별 중요도가 달라질 수 있다. 다만, 정시에서 대학별로 수능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반영 과목의 비중 차이가 클 경우 수능 영역(과목)별 학습 우선순위에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일부 과목 상대평가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할 계기를 만들 수 있다.

▲ 2018학년도 정시 수능반영에서는 2017학년도에 비해 영어의 비중이 줄어들고, 인문계열은 국어와 수학의 비중이 증가했고, 자연계열은 수학과 과학탐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인문, 자연계열 모두 수학의 중요성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제공: 비상교육)
▲ 2018학년도 주요대학 수능 영어영역 반영 방법을 살펴보면 수시모집에서는 원점수 기준 등급이 그대로 수능 최저학력 기준에 반영되고, 정시모집에서는 등급을 환산점수로 변환해 영어 영역 반영비율을 고려한 후에 다른 영역과 합산해 수능 총점에 반영된다. 대학별 등급 간 점수를 비교하면 이화여대, 서울시립대, 연세대 등이 등급 간 차이 점수가 크고,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등은 등급별 차이 점수가 작다. (제공: 비상교육)
▲ 2017 수능 한국사 등급 구분 원점수와 등급별 인원 및 비율을 살펴보면 응시 인원의 70% 이상이 4등급, 약 60%가까이 3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공: 비상교육)

◆수능 과목 조정

수능 시험 준비를 위해 통합사회·통합과학의 과목은 고3 과정에서 반드시 반복해야 한다. 학교나 학원을 통한 수능 준비를 다시 한다면 수험생 부담은 가중된다. 또한 문·이과를 통합한 융복합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2015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한 수능 개편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을 현재 한국사 난이도 정도의 절대평가로 출제한다면 학습 부담은 완화될 수 있지만 반대로 2015개정 교육과정의 취지가 다소 퇴색되어질 수 있다.

사회탐구/과학탐구에서 선택 1과목이 매우 중요해졌다. 1과목만 준비하기 때문에 학습량이 많아지고 시험 난이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선택 과목 응시자의 수준별 차이로 인해 과목 간 난이도 조정도 이전보다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과학탐구2의 제외로 자연계 상위권 수능 변별력이 약화될 수 있다. 즉, 현행 난이도 수준으로 출제된다면 자연계 최상위권에서는 탐구 선택 1과목 성적에 따른 유불리가 엇갈릴 수 있다.

◆EBS 연계 축소·폐지 vs 연계율 유지, 방식 개선

EBS 연계는 폐지보다는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중상위권 수험생의 경우 정시모집 수능 준비를 위한 가이드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직접 연계만으로 30% 내외 출제하는 것을 고려해 볼만하다. EBS 교재를 통한 수능 준비가 학교 교육 현장의 파행을 초래하고 있다. 그런데 연계 방식까지 개선한다면 수험생 입장에서는 ‘교과서, EBS직접연계, EBS간접연계 등’ 3가지를 모두 준비해야 하므로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현행 수능 시험 체제 유지를 위한 노력

2015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인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이 수능 과목으로 생겼으나 기존 사회탐구와 과학탐구의 최대 선택 2과목에서 1과목을 줄여 현행 수능 체제와 영역 및 과목수를 최대 7과목으로 맞추었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의 문항 수, 배점, 출제난이도(고1 수준에서 출제)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고, 수험생 입장에서 부담은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합사회·통합과학의 시험 난이도는 현재 절대평가로 시행되는 2과목(영어, 한국사) 중에서 한국사보다는 높고 영어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수능 시험에서 전면 개편을 예상했던 입장에서는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볼 수 있다.

◆대입제도 개편으로 이어져야

2021학년도 수능 개편에 이어서 장기적으로 대입제도 개편, 즉, 수시와 정시로 나누어진 모집시기의 통합이 필요하다. 학생부교과전형, 학생부 종합 전형, 수능 전형 등 대입의 모든 전형을 수능 시험을 치른 후에 같은 시기에 선발해야 한다.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 이라는 현행 대입 체제에서는 ‘수시가 먼저, 정시는 나중’이라는 시간적 차이 때문에 모든 학생이 ‘학생부와 수능’을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3년 내내 학생부 종합 전형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학생이 결국 정시에서 수능으로 합격하는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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