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한국외대중국연구소 연구위원

 

중국은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북한을 감싸고 도는가? 미국이 그렇게 북핵문제 해결과 탄도미사일(ICBM) 개발 저지에 중국의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속시원하게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세계의 정치·경제 핵심 행위자(factor)들의 일관된 목소리로 유엔 안보리에서도, 유럽연합에서도, 압력과 제재를 하자고 해도 중국은 우이독경(牛耳讀經)이다. 더욱 강하게 일치된 행동과 성명을 내놓자고 해도, 항상 중국의 변수 때문에 적시에 서방과 미국의 의도된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분명 중국과 북한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운명적인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과 북한의 현대사에 상호 관통하는 비사들과 역사적 필연성들, 공간적 근접도들, 그리고 동북아 패권과 관련된 전략적 고려들이 있기 때문에 중국이 지속적으로 북한을 흔한 말로 버리지 않고 감싸 돌고 있는 것이다.

일제의 강제합병으로 대한제국은 주권을 잃어버렸고 해방 전후로 한반도에서는 내부적 이념대결로 결국 남북으로 나뉘어져 사상투쟁이 첨예화되면서 김일성 중심의 북쪽이 공산주의 이념 하에 정권 수립에 이르게 됐다. 이때부터 절대적 권력의 수장들인 북한의 김일성과 중국의 마오쩌둥의 상호적 결속과 심정적지지 행동적 연대들이 구조화돼 갔던 것이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김일성은 중국의 파병을 요청하면서 입술과 이가 서로 의존하는 순치상의(脣齒相依) 관계라고 중국을 칭한다. 마오쩌둥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라고 북한을 칭하면서 화답했다. 이러한 표현들이 후에 발전돼 중국은 “북한을 전통적 우호관계, 가까운 이웃, 정상적인 국가와 국가의 관계, 산수가 서로 연결된 사이,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사이”라는 표현으로 이어져 내려오게 된다. 급기야 가장 최근에 8월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북한은 선혈로 응고된(鮮血凝成的) 관계다”라고 부르게 된 것이 미묘한 파장을 국내에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중국의 도움만 받지 않았다. 2010년부터 북한이 서서히 흘리기 시작한 국·공내전 시기의 북한 김일성의 중국 공산당에 대한 도움 활동들을 노출시킨다. 북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중국이 부담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국민당의 선제공격으로 1946년 소련군이 철수한 만주에서 공산당이 패퇴직전에 놓였다. 김일성은 마오쩌둥의 요청을 받아들여 북한도 어려운데, 당시 10만정의 소총과 신발 15만 켤레 등을 만들어 공산당을 지원 해준다. 여기에다 적지 않은 부수적 도움을 공산당에게 베풀어 준 것이 북한의 김일성이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북한의 도움이 자존심상 숨겨야만 하는 대외비였으며, 50여년간 그들만의 내부적 사실로 굳어져 있었다. 중국해방과 대륙의 공산화 직전에 결정적 도움을 북한한테 중국도 받았다. 소위 중화인민공화국 탄생 직전 가장 치열했던 국민당과의 동북전쟁에서 공산당 승리의 견인을 북한 김일성이 한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중국 지도자의 공개적 발언은 “김일성 주석은 중국혁명승리에도 크나큰 기여를 했다”라는 2010년 당시 주석 후진타오 발언 정도다. 중국이 생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북한은 자부하고 있다. 또한 북·중은 1961년 이후 근본적 변화가 없고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는 ‘형제적 우호협력 상호협조관계’라는 북·중동맹을 맺고 있다. 한·미동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양 동맹의 가장 큰 차이는 동맹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으면 자동개입여부가 어떻게 되는가인데 한·미동맹은 없고, 북·중동맹은 있다. 공간적으로 봐도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의 인접국들 중에 북한의 전략적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주적인 미국이 한반도를 접수해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대치하는 것을 상상하기도 싫은 것이다. 이제는 중국도 커가고 있는데 동북아에서의 패권은 장기적으로 미국에게는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세계는 아직 모르지만 동북아에서만큼은 중국이 태두의 국제정치 행위자임을 인정하라고 시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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