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욱 충남대 명예교수
일상생활 중 필요한 에너지가 계속 공급되기 위해서는 섭취한 음식물의 소화와 소화된 영양분의 운반과 흡수 그리고 노폐물의 배설이 정상적으로 진행돼야 하는데, 이런 대사과정은 내장의 얼개인 오장육부(五臟六腑)에서 이루어진다.
서양의학에서는 건강의 척도로 환경의 변화에 대한 몸의 항상성(恒常性) 유지가 기준이 되고 있다. 그에 비해 동양의학에서는 음양오행(陰陽五行)을 기반으로 오장육부의 균형과 조화에 의해 나타나는 기(氣)와 혈(血)의 흐름이 건강 척도의 기준이 된다.
오장육부는 내장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오장(五臟)은 가슴과 배에 위치하며 저장과 분비 기능을 담당하는 내부조직이 충실한 기관을 일컫는다. 그에 대비해 육부(六腑)는 내부가 빈 기관으로 섭취한 음식물이 소화된 소화산물과 부산물로 생겨나는 찌꺼기의 운반을 담당하는 기관을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는 평소 자기 몸의 얼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불확실하게 알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음양오행의 중심이 되는 오장육부에서 오장의 특징과 주요 기능은 무엇일까.
오장은 간이라고 부르는 간장(肝臟), 생명 원동력의 중심이 되는 심장(心臟), 허파를 지칭하는 폐장(肺臟), 지라로 불리는 비장(脾臟), 그리고 콩팥이라고 부르는 신장(腎臟)으로 구분이 된다.
간장(肝臟)은 오른쪽 갈비뼈 아래쪽에 위치하며, 오장 중에서 가장 크고 담당하고 있는 역할도 가장 많은 기관이다. 간은 위나 창자에서 흡수된 영양분의 저장 창고 역할을 하며, 오줌의 주성분인 요소(尿素)도 간에서 만들어진다. 혈류의 조절과 혈액 응고인자인 프로트롬빈의 합성 그리고 독성 물질의 분해도 간의 주요 기능이다. 그래서 간이 지치거나 간에 무리가 생기면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슴뼈와 척추 사이에 위치하는 심장(心臟)은 좌우로 두 개씩의 심방(心房)과 심실(心室)로 이루어져 있다. 오른쪽 심방 벽에는 심장박동을 주도하는 박동원(搏動源)이 있어 심장수축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게 해준다. 심장박동은 1분에 70번 정도로 하루에 약 10만번, 일생 동안 30억번이나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심장의 수축과 이완에 따라 동맥 핏줄에 나타나는 혈압은 수축기에 120㎜/Hg, 이완기에는 80㎜/Hg 정도가 정상이다.
심장에서 방출돼 시냇물이나 강줄기 같은 혈관을 따라 흐르는 피의 양은 성인의 경우 약 5L 정도 된다. 콜레스테롤을 많이 함유한 음식을 먹으면 동맥의 혈관 벽이 두꺼워지고 혈관 지름이 좁아져 혈압이 높아지는 고혈압 현상이 나타난다.
폐장(肺臟)은 공기 중의 산소를 혈액에 공급해주고, 혈액을 통해 운반된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방출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호흡 또는 가스교환이라고 부르는 이런 작용은 허파꽈리(폐포)에서 이루어진다. 허파는 심장을 감싸고 있어 외부 충격으로부터 심장을 보호해주는 역할도 한다.
적갈색의 계란 모양인 비장(脾臟)은 왼쪽 가슴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 비장의 주요 기능은 우리 몸에 침입하는 세균이나 외부 단백질을 제거하는 면역작용이다. 그리고 적혈구와 림프구를 저장하거나 노화된 적혈구와 혈소판 그리고 면역글로불린이 결합된 세포들을 제거해 주는 것도 지라의 주요 기능이다.
모양이 콩이나 팥처럼 생겨 콩팥이라고 부르는 신장(腎臟)은 횡격막 아래 복부 뒤쪽에 쌍으로 위치하고 있다. 신장은 주먹만한 크기로 무게는 약 150g 정도 된다. 심장에서 방출된 혈액의 25%는 신장의 사구체를 거쳐 여과돼 하루에 1500~2000㎖ 정도가 소변으로 배설된다. 콩팥은 대사과정에서 생기는 노폐물의 배설과 체액 속의 이온 농도를 조절해 주며, 혈압 조절과 조혈 촉진 그리고 호르몬이나 특정 비타민을 활성화시켜주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자기 몸의 구조에 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자신의 영혼에 대한 지식을 가질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이제 상식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오장육부의 역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가다듬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