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최남선 ‘옛이야기 모집 운동’ 실시
방정환은 전래동화의 개념 구체화 해

“제목조차 모르는 동화 여전히 많아
문화로 전승해 신화·인물 등 지켜야”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

어린 시절, 할머니와 할아버지 혹은 부모님이 들려주는 전래동화를 들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는 꿀단지처럼 달콤하고, 흥미진진했다. 이제는 훌쩍 커버렸지만, 그때의 동심은 여전히 가슴에 남아있다.

이 같은 옛 추억은 국립한글박물관이 마련한 2017년 기획특별전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에-한글 전래동화 100년’을 통해 다시금 되새길 수 있다.

▲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최초의 전래동화 ‘바보 온달이’

전시는 개화기부터 1990년대까지 한글 전래 동화의발전상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전시 자료는 동화책, 민담집, 음원 등 총 188건 207점이 소개됐다. 전시품 중에는 미공개로 관리되던 희귀본 도서들이 다수포함 돼 있었다.

먼저 최초의 한글 전래 동화집인 심의린(1894~1951)의 ‘조선동화대집’ 초판본(1926)이 공개됐다. 이 책은 본래부터 우리나라에 유행하던 전래 동화를 모아 엮은 것으로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내용이다.

최남선이 서문을 쓰고 이상범(1879~1972)이 삽화를 그려 한충이 편찬한 ‘조선동화 우리동무(1927)’도 공개됐다.

눈에 띄는 것은 1913년 당시 23살의청년 최남선이 발행한 어린이 잡지 ‘붉은 저고리’ 창간호였다. 김미미 학예연구사는 “붉은 저고리에 실린 전래동화 ‘바보 온달이’는 현재까지 창간된 가장 오래된 것”이라고 소개했다.

민속학자 송석하가 서문을 쓴 박영만(1914~1981)의 ‘조선전래동화집(1940)’도 공개됐다. 이 책은 국내에는 소장처가 없고, 일본에서 소장하고 있는 상태다.

김 학예연구사는 “안타까운 것은 공개된 것 외에 대부분의 책 표지가 훼손됐다. 전쟁이 나서 피난 가거나 이사 등을 할 때 가장 먼저 버려지는 것이 어린이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식민지 속 전래동화 어떻게 지켰나

그렇다면 전래동화는 어떻게 오늘날까지 이어져온 것일까. 전래동화의 과도기적인 모습은 19세기말부터 확인된다. 개화기 국어 교과서인 ‘신정심상소학(1896)’ ‘초등소학(1907)’에는 이솝우화가 우리말로 번역돼 실렸다.

일제강점기 초기인 1910년대에는 조선총독부에의해 전국의 옛이야기를 수집하고 기록한 조사 보고서가 작성된다. 당시 조선총독부는 식민 지배를 위해 전국 단위로 인구, 토지, 민속 등의 조사를 실행했는데, 우리 민족의 뿌리가 되는 옛이야기도 대상이었다.

이 당시 최남선은 특별한 일을 시작했다. 우리 민족의 삶과 정서가 담긴 좋은 옛이야기가 모두 파묻혀버리는 당시의 상황을 우려해 ‘옛이야기 모집 운동’을 처음 시작한 것이다. 그는 잡지 ‘아이들보이 제2호’를 통해 최초의 전래동화 모집 운동을 벌였다. 전래동화 한 편당 20~50전의 상금을 걸어 좋은 옛이야기가 파묻히지 않도록 수집하고 기록했다.

최남선의 바톤을 넘겨받은 이는 방정환(1899~1931)이었다. 그는 잡지 ‘개벽’ 등을 통해 전래 동화를 모집했다. 또 ‘개벽’ 제31호에 실은 ‘새로 개척되는 동화에 관하여’를 통해 동화의 개념을 구체화했다.

또 대표적인어린이 월간 잡지 ‘어린이’를 창간했고, 아동문학연구단체 색동회를 조직해 어린이 계몽과 문학 운동에 앞장섰다.

방정환의 동화 글쓰기는 어린이가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오직 한글로만 적은 것이 특징이다. 이 당시에는 어린이 잡지에 실린 전래 동화의 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

▲ 토끼전 ⓒ천지일보(뉴스천지)

◆“잘 모르는 전래동화 여전히 多”

해방 이후에는 적은 양이지만 꾸준하게 모습을 드러내던 전래동화는 1970년대 이후 원색 그림을 넣은 그림책으로 나왔다. 1990년대부터는 옛이야기의 본모습과 우리말을 살린 글쓰기에 주목하는 경향을 보이며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 학예연구사는 “자신이 아는 전래동화는 보통 10손가락에 꼽힐 정도”라며 “하지만 현재 천여 편 이상의 전래동화가 있다. 그중에는 제목조차 모르는 것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전래동화가 많지만, 찾을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어린이 책이라는 이유로 폐기했고, 1988년 표기법이 달라지면서 기존의 책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김 학예연구사는 “전래동화는 어린 시절 처음 만나는 문화이며, 중요한 한글 문화자료”라며 “신화나, 인물 등이 사라지지 않게 문화로 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립한글박물관의 한글 전래 동화 100년 기획특별전은 내년 2월 1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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