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시게 푸르른 날! 그리운 그곳 ‘고성과 양양’의 명승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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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襄陽)
거듭된 사찰 중건, 신앙까지 깊어지는 ‘낙산사’

▲ 낙산사 사천왕문.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박미혜 기자] ‘오봉사 다시 찾으니/풍경은 지난해와 틀림이 없네/대숲 길을 오가는 가을 발길/화대엔 저녁 연기 일어나누나/스님들이 나오셔서 환영하는데/멋진 발걸음 제천(諸天)을 밟아간다/이미 불생불멸의 진리 깨달아/숙연히 속된 인연 씻어버린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한시(漢詩) 풀이다. 허균은 낙산사에서 3년을 머물며 전쟁 통에 아내와 맏아들을 잃은 슬픔을 이겨내고 학문 정진에 힘써 과거에 급제했다.

사철 옷을 갈아입되 어제나 오늘이나 그 자리 그대로 있어줘야 할 나무와 절터가 의상대사 창건 이후 1300여 년 동안 잦은 화재를 겪으며 가슴앓이를 해왔다.

786년, 10세기 초반, 1592년 임진왜란, 1777년, 1950년 6·25전쟁 등 폐사 지경에 이를 뻔한 위기를 여러 차례 이겨내고도 5년 전 식목일(2005년 4월 5일) 오봉산을 뒤덮은 거대한 불길이 낙산사로 이어지는 것은 막지 못했다.

 

▲ 낙산사 의상대. ⓒ천지일보(뉴스천지)

이날 화마로 원통보전·의상기념관·고향실 등 대부분의 전각이 불타고 보물 제479호로 지정된 동종이 녹아내려 전소되는 시련을 겪어야 했다.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은 보타전, 보타락, 의상대, 사천왕문, 홍련암 등 본전과 거리가 있는 건물들뿐이었다.

소실된 낙산사 잔해 더미를 보며 얼마나 울어야 했을까. 허균이 낙산사를 다시 찾았을 때 변함없는 풍경에 감탄해서 지은 시를 보니 더욱 마음이 시리다.

지금은 김홍도가 그린 ‘낙산사도’를 토대로 복원해 화재 전 낙산사보다 더 앞선 시대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지만 새카만 나무 밑둥이 그날의 고통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나무가 빽빽하게 심겨져 사천왕문 쪽에선 도무지 보이지 않았던 해수관음상도 훤히 내다보이니 안타까운 마음이 절로 든다.  

 

▲ 낙산사 홍련암. ⓒ천지일보(뉴스천지)

여기저기 남아 있는 상흔과 함께 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만고의 진리를 따라 낙산사는 중건을 거듭하며 다시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온 국민의 지지와 염원을 담아서 말이다.

재건을 위한 일심(一心)은 문헌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화재의 규모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1777년 대화재 때 양양 12면민(面民)이 모두 동원됐다는 기록이 있다.


또 ‘관음보살 신앙’의 성지답게 찾는 이들의 불심은 더욱 깊어만 가고 있는 듯하다.

사찰에 대한 애착마저 한줌의 잿더미로 비워야 했던 낙산사는 화재 이후부터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커피도 무료로 제공되니 차 한 잔의 여유까지 누릴 수 있겠다.

 

▲ 척박한 땅 위에 꿋꿋이 서있는 노송과 깎이고 닳아 가파르기만 한 기암절벽, 끝없이 펼쳐진 푸른 동해바다가 동해안 최고 일출 명소임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양양 하조대 기암절벽 위 소나무야 무엇을 보느뇨

세월 속에 깎이고 닳아 가파르기만 한 기암절벽 위에 노송 한 그루가 홀로 서있다.

하늘에서 눌린 듯 넓게 퍼진 나뭇가지가 점잖아 보이다가도 소나무 숲에서 빠져나와 홀로 기암절벽 위에 서서 검푸른 바다를 내려다보니 보통 기운 센 녀석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큰 노송에서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엔 척박한 절벽 사이로 작은 소나무들이 흩어져 있어 강한 생명력을 뽐낸다. 노송과 기암절벽, 바다가 일궈낸 동해안 최고의 일출 명소라 할 만도 하다.

하조대(河趙臺)의 대(臺)는 ‘사방을 볼 수 있는 높은 곳’이란 의미이고, 하조는 조선의 개국공신 하륜과 조준의 성에서 비롯됐다. 하륜과 조준이 전망 좋은 이곳을 즐겨 찾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관광객들은 하조대 정자 건너편 무인등대에서 푸르게 펼쳐진 동해를 내려다보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높은 기암절벽 위의 노송은 왜 그리 목을 빼놓고 있나 봤더니 옆에선 노송과 마주하여 대화하고, 절벽으로 몰아치는 파도와 하얗게 부서지며 다시 토해내는 물줄기의 경이로움을 보기 위함이었구나.

전통문화의 향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지역을 탐방하며 선인들의 지혜와 멋을 느낄 수 있다.
 

사진=최성애 기자 tip@newscj.com
영상=손성환 기자 cjssh@newscj.com
http://www.newscj.com/tv/view.html?idxno=353&updat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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