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은 정부적 차원의 사활을 걸고 과학기술 혁신에 총력을 쏟고 있다. 과학기술은 미래의 먹거리를 만드는 바탕임과 동시에 경제발전의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달리 선진국이 아닌 것이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과학기술 수준은 세계 최정상급이다. 지금의 일본을 만들게 했던 기본 바탕이었던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의 전체적인 과학기술 수준도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지는 오래됐다. 특히 반도체 부문을 비롯해 세계 최정상에 있는 기술 수준도 상당히 많다. 경제대국 10위권까지 오게 된 것도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과학기술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과 기업과 연구기관 등의 과감한 투자 그리고 우수한 과학기술 두뇌들을 양성하는 대학의 노력들이 합쳐진 성과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는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듯하다. 오랜 경기 침체로 경제가 활력을 잃으면서 기업 차원의 투자도 예년 같지가 않다. 여기에 과학기술계에 대한 정부의 관심마저 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좀 더 집중적으로, 좀 더 효율적으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과학기술발전의 전략적 로드맵도 정부로부터 들어본 지 오래됐다. 대규모 토건 사업이 이뤄지거나 권력이 과학기술을 주도하는 듯한 정치적 셈법이 강조되면 과학기술은 발전은커녕 오히려 병이 더 깊게 들기 십상이다. 우수한 인재들이 결국은 자리를 뜰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자리는 과학기술 인재들이 머물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보다 근본적 자성이 필요했던 부분이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과거 정부에서 폐지됐던 ‘과학기술혁신본부’를 부활시킨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과학기술혁신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과 관심을 이끌겠다는 의지이기 때문이다. 너무도 당연한 정부의 역점 사업이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정부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불만과 불신이 얼마나 컸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할 따름이다. 역대 정부가 과학기술계를 능욕했다고 비판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의지는 높이 평가할 대목이다.
그러나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과거 참여정부 인사였던 박기영 교수를 발탁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박 교수는 이른바 ‘황우석 사태’의 핵심 인물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박 교수를 다시 발탁했다는 것은 ‘과학기술혁신본부’라는 자리만 만들어 놓았지 그 자리에 어떤 인물을, 왜 발탁해야 하는지 내부적 검토는 물론 과학기술계와 기본적인 소통조차 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이 또한 과학기술계를 능욕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어렵게 제대로 방향을 잡은 과학기술혁신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스스로 폄훼시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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