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주필 

 

유엔 안보리에서 북 제재안이 통과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더 말할 것 없이 중국이 ‘제재 이행’은 흉내만 내면서 뒷구멍으로 다 먹여 살리기 때문이다. 북이 ICBM 화성14호를 발사한 것에 대한 징벌로 얼마 전 유엔 안보리(security council)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대북 제재 결의 ‘2371호’는 종전 어느 것보다 가장 강력한 것이라고는 한다. 북이 연간 수출로 매년 벌어들이는 달러의 3분의 1이 이 조치로 차단될 수 있다고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소기의 효과를 거두고 못 거두고는 우리 편 들어줄 리 없는 중국 맘에 달려 있다. 북 무역의 90%가 중국과의 교역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거 참 속 터질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북의 핵과 ICBM을 막는 데는 사실상 아무 역할도 안 하면서 그것 때문에 배치가 불가피한 우리의 고고도미사일방어망(THAAD)을 철거하라며 별 치사한 보복 행위를 서슴지 않는 나라가 중국이다. 세계 질서의 안정과 평화에 책임 있는 강대국이라면 어느 쪽을 먼저 제어(制御)해야 되겠는가. 삼척동자라도 가릴 만한 사리(事理)의 순서를 저들은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이는 북을 그들의 동맹으로서 감싸 그들 편에 묶어두는 동시에 저들의 존재감에 대한 위압적인 강박감을 우리에게 심어주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이런 식으로 우리를 위압해 사사건건 저들을 우리가 의식하도록 만들어 놓으면 동북아 패권을 추구하는 저들에게 가장 큰 장애물인 한미동맹의 결속이 그만큼 느슨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이 약화되면 서해는 저들에게 마치 내해(內海)처럼 취급되고 남해 동해까지도 저들의 군사력이 투사되어 우리는 저들의 패권 영향권에 갇히게 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한미동맹의 강화도 중요하지만 때를 놓치지 않는 독자적 군사 역량의 획기적인 강화가 절실하다.  

어떻든 중국에게는 북의 비핵화가 우리나 미국 일본에게처럼 화급한 과제는 아닌 것 같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세계는 저들의 농간에 놀아날 우려가 다분하다. 벌써부터 대북 제재에 미적거리며 엉뚱한 소리나 해대는 저들에게서 검은 속셈이 감촉되고 있지 않은가. 저들은 심지어 현 정세에서 북이 설사 핵보유국이 되더라도 그들 편에서만 건재(健在)하다면 나쁠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려놓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짐작이 절대로 불가능한 상황이 아닌 것이다. 만약 저들이 세계의 갈급한 염원대로 북의 핵 보유를 막기로 불가역(不可逆)적인 결단을 한 것이 분명하다면 우리의 사드 배치에 그처럼 집요하게 시비를 걸어오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건 분명히 중대한 방향 착오였을 뿐 아니라 북의 비핵화에 진정성이 있다면 사드에 대해 시비를 걸기 전에 마땅히 북에 먼저 결정적인 경고를 날렸어야 할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바로 ‘도발’이 재발될 때는 이번 경우에는 모면될 수 있었던 원유공급이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주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우리에게는 물론 세계 모든 나라들로부터 그들의 진정성이 지금처럼 형편없이 의심받도록 구겨지진 않았을 것 같다. 

물론 원유공급 중단 조치가 검증이 가능하도록, 불확실한 다음이 아니라 이번 안보리 결의에서 취해졌다면 금상첨화로 더 좋았을 것은 두말할 것이 없다. 그랬더라면 북핵 해결의 종점이 더 가까워졌을 것을, 북의 건재를 바라는 중국이 결사반대하고 러시아가 부화뇌동해 우리와 세계의 여망이 배반당했다. 그만큼 북에는 또 한 번 시간을 벌어주고 숨통을 트이게 한 꼴이 됐다.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은 사실 극약처방이다. 중국 다칭(大慶) 유전에서 중국이 송유관으로 보내주는 석유 없이는 북의 경제와 민생, 군사적 기동이 지탱될 수 없다. 이를 빤히 알기에 그들은 악착같이 원유공급 중단조치의 채택을 극렬히 반대했다. 이로써 세계는 중국과 러시아, 특히 중국 때문에 북의 비핵화를 막을 최후의 기회를 놓치고 북은 하마터면 놓칠 뻔한 마지막 핵 무장 완성을 위한 시간을 벌었을 수 있다. 참 얄궂지 않은가.

이번 안보리 회의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고는 대북 원유공급 중단을 지지하지 않은 나라는 없지만 안보리 결의안 저지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이들 중 어느 한 나라의 반대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가운데서도 원유공급 중단은 빠졌지만 역대 가장 강력한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결기서린 통상 압력 때문이었다. 중국이 아무리 근육 자랑을 해도 아직 미국을 당하진 못한다. 미국이 없으면 중국은 무너진다. 중국이 제재 결의안 2371호의 통과에 동의한 까닭이다. 이건 역설 같지만 역설이 아니다. 왜 그런가. 중국의 성공적인 경제적 굴기(崛起)와 지금의 경제적인 G2 위상은 미국이 중국의 짝퉁이나 싸구려 중심의 수출 상품을 빨아들여주는 거대한 시장이 돼주었기에 가능했다.

만약 미국이 당장이라도 중국이 한국에 ‘사드 보복’을 가하듯이 통상보복을 감행하고 나선다면 중국의 경제는 사상누각처럼 무너지거나 휘청거릴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은 중국을 키워주었고 키워주고 있지만 중국의 도전과 패권 야심 때문에 고통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미국은 초강대국으로서 중국이 한국을 대하듯이 치사하거나 옹졸하지 않다. 중국은 이런 강대국의 모랄(moral)을 배워야 강대국 대접을 제대로 받을 수 있다. 우선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며 주변 약자들을 대상으로 즐기는 갑(甲)질을 그만두어야 한다. 지금처럼 국경 도처에서 갈등과 분란을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trouble maker) 짓을 계속하면 자칫 주변이 모두 적대국이 되어 포위될 수도 있다. 

중국은 미국과는 서태평양 전 지역에서 신경전을 벌인다. 한국과는 사드 때문에 토라졌다. 일본과는 센카쿠 열도를 두고, 베트남 등 아세안(Asean)제국과는 남중국해 문제로, 홍콩과 대만과는 본토(china proper)의 지배력을 강화하려 하기에 갈등을 빚는다. 몽골과는 티베트의 망명 승(僧) 달라이라마를 초청했다고 한 때 골탕을 먹였다. 급기야 지금은 히말라야 고원 한 지역의 영토권을 놓고 인도군과 대치, 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고 인도를 위협한다. 이처럼 중국은 국경 도처에서 분쟁과 불화를 일으킨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나라에는 국격(國格)이 있지만 그들에게서 도량 있는 국격은 찾아볼 수 없다. 주변에 갑질하기를 밥 먹듯 한다. 하지만 그러다 어느 날엔가는 을(乙)들로부터 몰매 맞는 수가 있다. 특히 한국에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은 세계의 공론과 사리를 좇는 나라다. 한국과 잘 지내며 동행하는 것이 누가 봐도 강대국으로서 떳떳하다. 북한은 공공의 적이다. 새삼스럽게 혈맹이니 뭐니 하며 그들 편을 드는 것은 악의 편이 되는 것이다. 북한을 꿀꺽 입에 삼키고 싶나? 그건 턱도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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