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희윤 행복한통일로 대표 / 을지대 겸임교수 

 

뜨거운 바람이 불어오는 중동의 어느 한 시골도시에서 어린 여자아이와 부모는 그 지역의 주식량인 빵을 구워 시장에 팔아 생활하고 있다. 주로 빵을 구워 파는 일은 부모가 으레 하는 거지만, 때로는 여자아이가 이것을 대신할 때도 있다. 

카메라는 잠시 중동지역에 주둔하는 영국 군부대 내부로 돌려진다. 자그마한 컨테이너 안에는 남녀 두 병사가 모니터 화면에 집중하고 있고 상관인 여성장교는 연신 무언가를 지시하고 있다. 대충 보여지는 모습은 중동에서의 핵심 테러리스트를 오랫동안 찾아 헤맸고 급기야 그들의 은신처를 찾았는데, 테러리스트 당사자가 이곳 안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들이다. 위성으로는 정확한 확인이 어렵다는 판단 하에 현장요원을 현지인으로 가장한 채 소형 드론을 가지고 잠입케 한다.

작은 곤충 모양의 드론을 은신처 내부로 들여보낸 후 확인된 것은, 수년간 찾아다닌 핵심 테러리스트가 건물 내부에 존재함은 물론이고, 이들이 지금 막 새로운 자살특공대들에게 폭탄조끼를 입히고 그들만의 순교의식을 치루고 있는 게 아닌가.  

위성을 통해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던 여성장교는 곧바로 군사령부에 연락을 취하고 본국의 총리실로 연결해 즉각적인 폭격을 요청하기에 이른다.

이 중요한 시점에 하필 중동의 현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와 훌라후프를 하며 놀고 있던 여자아이가 갓 구운 빵을 내놓기 위해 자신들의 매대로 향하는데, 하필이면 그곳이 테러리스트들이 자살폭탄 테러를 모의하고 있는 은신처 바로 옆 담벼락 밑이 아닌가.  

모니터를 통해 이를 지켜보던 여성장교는 이대로 그 은신처에 폭탄이 투하된다면 여자아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기에 여념이 없고, 어떤 형태로든지 폭탄이 투하될시 여자아이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분석결과가 나오자 현장요원을 통해 여자아이를 그곳에서 벗어나게끔 갖은 애를 쓴다. 요원은 기지를 발휘하여 지나가는 꼬마에게 돈을 주며 저 여자아이가 팔고 있는 빵을 모조리 사오라고 지시를 한다. 

빵을 다 팔면 당연히 여자아이는 현장을 떠날 것이라 생각했던 터였다. 

은신처 내부에서는 순교의식을 마친 테러리스트들이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직전의 상황이 그려진다.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수년간 찾아 헤맸던 핵심 테러리스트는 현장을 떠나 잠적할 것이고, 폭탄조끼를 입은 테러범들은 무고한 생명을 죽이는 데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테러를 결행할 것이다. 

다행히 매대 정리가 끝난 여자아이가 건물을 벗어날 찰나 폭격의 단추는 눌러지고  순식간에 은신처는 쑥대밭이 된다. 하지만 폭격의 규모가 워낙 컸던 관계로 현장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여자아이는 쓰러지고, 아이를 감싸며 울부짖는 아버지, 책임은 완수했지만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니터 병사들….

지금까지의 내용은 필자가 TV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보게 된 외국영화 중 일부이다. 나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 그런 상황이 현실로 닥쳐온다면 나는 무엇을 했을까를 생각해보았다. 현장요원이 됐든, 모니터 병사건, 여성장교, 총리이건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핵기술의 발전을 넘어 소형핵탄두까지 만든 북한 김정은의 위험한 전쟁 놀음에 직면해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여기까지 오는데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나 세력도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10년간 퍼다 준 현금다발이 핵폭탄이 되어 돌아왔지만, 현 정부는 적폐운운하며 보수궤멸을 위해 직진 중이니 얼마나 코미디 세상인가. 적반하장이라는 단어가 이럴 때 어울리는 말일 게다. 

여기서 국민마저 정신줄을 놓는다면 북한의 핵노예로 사는 건 뻔한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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