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종교인 과세를 2년간 추가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9일 국회에 제출됐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민주당(6명)·자유한국당(15명)·국민의당(4명)·바른정당(1명) 등 여야 의원 26명이 동참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장로인 김진표 등 여야 26명 의원 ‘2년 유예’ 법안 발의
정부 “내년 1월 시행 준비”… 종교계 비공개 간담회 추진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종교인 과세를 2년간 추가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이 9일 국회에 제출됐다. 수원중앙침례교회 장로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민주당(6명)·자유한국당(15명)·국민의당(4명)·바른정당(1명) 등 여야 의원 26명이 동참했다.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온 정부의 입장과는 달리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을 맡았던 김 위원이 앞장서 추가유예 법안을 발의해 당정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일부 개신교 등 종교계의 격렬한 반대를 무릎 쓰고 지난 2015년 ‘종교인 과세 2년 유예’를 조건으로 어렵사리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시행을 몇 달 앞두고 난관에 봉착했다.

김진표 의원은 법안 발의 이유에 대해 “과세 시행을 2년 유예해 과세당국과 종교계 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철저한 사전준비를 마치고 충분히 홍보해야 한다”며 “처음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법이 연착륙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여당 엇박자… 내년 지방선거 의식?

민주당 기독신우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의원은 (당시 국정기획자문위원장) 지난 5월부터 2년 추가유예를 시사해 종교인 과세 논쟁에 불을 지폈다. 김 의원은 “구체적인 세부 시행 기준과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다”며 “종교계가 과세 시 예상되는 마찰과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감대를 끌어내야 한다는 보수 개신교의 반대 입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종교인 반발을 고려한 정치적인 행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종교인 과세 유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청와대는 5월 김진표 위원장의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필요성을 제기하자 “청와대와 조율을 통해 결정된 것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 의총에서도 부적절하다는 의견들이 나왔다.

이낙연 총리도 지난 6월 “국민정서상 (종교인 과세를)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김동연 경제부총리 또한 인사청문회에서 “세정당국은 내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종교인 과세는 그간 의견 수렴과 국회 논의를 거쳐 2015년 정기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결정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 유예 주장을 일축했다.

문제인 정부는 국민개세주의 원칙에 따라 종교인 과세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 다만 “종교인 과세는 할 준비는 돼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이라는 김 부총리의 발언같이 정부도 민감한 부분이라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종교인 과세 시행 일지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주교 성실 납부… 개신교·불교 찬반양론 팽팽

일부 우려와는 달리 천주교계는 교단을 중심으로 신부 등 성직자의 소득세를 납부하고 있다. 지난 1994년 3월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성직자의 소득세를 납부하기로 했다”고 공식발표했다. 2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마찰 없이 납세의 의무를 다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교회, 개사찰 현상이 뚜렷한 개신교와 불교는 교단 내 진보성향의 개인과 단체들은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반면 보수성향의 개인과 단체들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특히 개신교는 진보·보수와 의견차가 명확하다. 개신교 진보 입장을 대변해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더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NCCK 교회재정투명성위원회는 “납세 의무에 종교인도 예외일 수 없다”며 “정부 당국은 투명한 사회건설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권은 (지방)선거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 저울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보수성향의 교단협의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종교인 과세를 반대한다. 한기총은 “큰 교회들은 현재도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법으로 강제성을 띠기보다는 교회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종교인 과세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불교계는 대체로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 왔으나, 최근 불교교단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처장 성공스님이 종교인 과세 시행에 따른 ‘전체 종교 및 불교계 피해내용’을 담은 자료를 배포하면서 반대의사를 밝혔다.

성공스님은 소득세법 개정안과 관련 “불통으로 만들어진 졸속법”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스님은 “소득세법이 주지스님은 종교 사업주로, 스님들은 종사자로 보고 있다”며 “수행자 개념은 사라지고 종사자 개념만 남아 불교 무형의 수행자산이 파괴될 것으로 사료된다”고 우려를 전했다.

◆해외 선진국은 종교인 과세 어떻게 하나

해외 나라들은 종교인 과세를 어떻게 시행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5개 국가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종교인의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고 있다. 독일과 미국, 캐나다,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의 종교인 과세에 대해 살펴봤다.

유럽을 이끄는 주요 나라 중 하나인 독일은 국가가 신자들에게 소득세(종교세)를 8~9% 추가적으로 더 걷는다. 국가는 각 종교단체 신도수에 비례해 돈을 나누어 준다. 성직자(준공무원 신분)에게 나누어준 임금은 국가에서 개인 소득세를 부과한다. 이 때문에 신도들은 교회에 직접적으로 헌금을 내지 않는다.

캐나다와 일본 같은 경우 종교인 과세 제도는 없다. 하지만 성직자도 일반 소득자와 똑같이 보고 있다. 때문에 정부 보조금 수령을 위해서는 소득세 신고를 해야 한다.

미국은 성직자와 일반 납세자 모두 동일한 세법이 적용된다. 일정 수입을 갖게 되면 모두가 원칙적으로 세금을 낸다. 다만 성직자는 교회로부터 주택 임대료를 보조받는 경우 소득세를 내지 않고, 목회자가 면제 신청을 하면 사회보장세도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다만 나중에 사회보장 연금 혜택을 받을 수 없음).

영국은 1년에 8500파운드(약 1260만원) 이상의 보수를 받는 성직자는 현금뿐 아니라 현물에 대해서도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여야 26명의 국회의원들이 ‘종교인 과세 2년 유예’ 법안을 발의함에 따라 또다시 종교인 과세 논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종교계 입장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정부가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중심으로 하반기 종교별 비공개 간담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가 어떤 결과를 끌어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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