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내리는 축복, 이걸 받아? 말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독일에서 공개한 로봇 사제 ‘BlessU-2’. 이 로봇은 5개 국어로 복음을 전하며, 신자들에게 빛을 비추고 성경에 기록된 축복 메시지를 전한다. (출처: Planete Robots 트위터)

생명공학 발달로 인한 윤리문제 고심
과거 황우석 박사 때 민감성 드러나
교황 “영혼 없는 기계로 인간 대체 안 돼”
선교 도구로서 기술 활용엔 긍정적
“열린 마음으로 과학과의 관계 정립 필요”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1. 지난 2005년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줄기세포로 암을 치료하고 복제 생명체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로 분위기는 한껏 고조됐다. 그러나 종교계 반응은 싸늘했다. 연구가 반생명적이라는 이유에서다.

#2. 지난해 중국의 한 불교 사원에는 불경을 읽어주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로봇 동자승’이 등장했다. 로봇 동자승 ‘시아너’는 2족 보행 로봇으로 60cm 키에 노란 승려복을 걸치고 있어 귀여운 모습을 자랑했다. 가슴에는 불교 관련 콘텐츠를 담고 있는 터치스크린을 안고 있으며, 바퀴로는 7가지의 동작을 구현해 신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 중국의 한 불교 사원에 등장한 로봇 동자승 ‘시아너’. (출처: 신화=뉴시스)

4차산업혁명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종교계의 관심도 높다. 종교 내부에서는 생명공학 발달로 대두되는 윤리적 문제를 두고 고심하는 한편 첨단기술 발달로 앞으로 더 편리한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흐름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줄기세포 연구로 논란 된 ‘생명윤리’

종교계는 과학기술 발달의 이면으로 여겨지는 인간소외, 생명윤리 등의 문제를 꼽으며 4차산업혁명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미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양극화와 불평등, 불의의 세계 상황이 4차 산업혁명으로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 교황은 세계경제포럼 회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로봇공학과 과학기술의 혁신이 가져다줄 4차 산업혁명이 인간 개인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된다”면서 “인간이 영혼 없는 기계로 대체돼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생명윤리 문제다. 지난 2005년 일명 ‘황우석 줄기세포 사건’으로 이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 지난 1999년 2월 19일 황우석 박사가 복제 송아지 ‘영롱이'를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종교계는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그 중에서 특히 개신교나 천주교는 본인들의 신앙관과 대립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가톨릭계는 서울대교구장이었던 정진석 대주교가 배포한 ‘배아줄기세포 연구 반대’ 강론 자료를 통해 “황 교수의 연구는 인간생명체인 배아의 복제와 인간생명체의 파괴라는 반생명적 행위를 수반하고 있다”며 “이는 인간의 생명을 창조주 하느님의 거룩한 창작품(창세 1,26-28:2,7)으로 믿는 우리 신앙에 대립된다”고 밝혔다.

개신교계도 마찬가지였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는 황 교수의 연구를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미약한 인간 생명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인간 생체실험이며 ‘살인하지 말라’는 보편적 도덕률을 범한 비윤리적 범죄 행위”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종교인들도 있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기독교윤리연구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남서울대 문시영 교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책임의 윤리이지 무조건적인 반대는 아니다”라며 “기독교 생명 윤리에 대한 본격적인 이론 탐구와 생명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개신교 신자들 중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찬성하는 쪽이 더 많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당시 서울지역 신도 11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찬성이 61%(705명)로 반대 21.3%(246명)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지켜봐야 한다, 엄격한 법률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17.7%였다.

불교계에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불교학자들 중에서는 황 교수를 지지하는 쪽이 많았다. 그렇지만 일부 교수와 스님들은 “인간의 이기적 욕망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한계성을 가질 수밖에 없고 인간 삶의 행복을 근원적으로 치유할 수 없다”며 “인간중심주의 편협함을 벗어나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워 반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해 생명윤리를 두고 또다시 논쟁이 벌어졌다. 차의과대학 줄기줄기세포연구팀이 정부로부터 체세포 복제배아 연구계획을 조건부로 승인받은 것이 논란의 불씨가 됐다. 차의대는 오는 2020년까지 체세포복제배아 줄기세포주를 만들어 시신경 손상이나 뇌졸중과 같은 난치병을 치료하는 방법을 찾겠다고 연구목적을 밝혔다.

그러나 종교계와 윤리계는 즉각 반박했다. 신선 난자는 수정이 되면 생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생명 존중의 입장에서라도 연구에 이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가톨릭계는 지난 5월 국가생명윤리심의위의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에서 “체세포복제배아 연구는 난자와 배아가 연구에 이용된다”며 “그 어떤 목적으로도 무고한 생명을 직접적으로 파괴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황만성 교수도 “난자는 나중에 배아, 태아나 영아로 발달할 잠재성을 가진 살아있는 신체조직이라는 점 때문에 특별한 존중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며 복제배아 연구를 반대했다.

◆첨단기술 활용하는 종교계

그렇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4차산업혁명은 피할 수 없다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종교계에서도 조금씩 이러한 흐름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 개신교 단기선교에 필요한 현지어를 말해주는 ‘비전트립 앱’. (출처: 비전트립 앱 캡처)

개신교계에서는 선교를 할 때 첨단기술 도구들을 이용하고 있다. 비전트립에 필요한 현지 종족어를 말해주는 ‘비전트립 앱’, 와이파이 공유기와 성경을 담은 서버를 묶은 ‘바이블 박스(Bible Box)’, 중고컴퓨터나 라즈베리파이 등 소형 컴퓨터로 교육장을 만들고 컴퓨터와 성경이야기 코딩 프로그램을 교육하는 ‘컴퓨터 센터’ 등이 모두 선교 도구들이다.

올 초 한국선교연구원(KRIM)이 선교사 154명을 대상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78.8%는 4차 산업혁명이 선교에 폭넓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인식했고, 특히 선교 연구 분야와 훈련사역 등에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 84.9%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KRIM은 “4차 산업혁명은 향후 선교의 기본 조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장성우 동국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불교윤리’ 논문을 통해 불교가 열린 자세로 과학과 적극적인 만남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고려대 윤성식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과학에 대한 종교계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4차산업혁명에 접어들면서 생명체 복합·합성·재창조에 의해 새로운 생명이 계속 나오게 되면 신의 영역에 도전하게 되고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된다”며 “종교가 과학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과학과의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종교계가 ‘생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새롭게 연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는 “4차산업혁명에 대한 태도를 제시함으로써 신도들을 안심시켜야 한다”며 “이것이 종교의 중요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