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민족마다 독특한 체면문화가 있으며 그들은 이를 인정받고 싶어 한다.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체면을 나타내는 말은 다양하다. 예를 들어, 체면이 서는 표현으로는 ‘얼굴값을 하다’ ‘얼굴을 세우다’ 등의 말이 있는가 하면, 체면이 깎이는 표현으로는 ‘얼굴에 먹칠을 하다’ ‘얼굴이 두껍다’ 등의 말이 있다.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체면문화에 익숙하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평가를 중요시한다. 명분을 중요시하게 여기는 까닭에, 때로는 실리를 버리는 현상까지 발생한다. 이것은 분명 병폐이며 실속 없는 속빈 강정이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외형적 화려함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가 있을까. 더군다나 그것이 소모적이라면 얼마나 무모한 일인가.

최근 통계청이 조사한 ‘2016년 사회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 국민의 약 75%가 결혼식에서 소요되는 비용 및 절차가 지나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체면문화를 바꾸거나 없애는 것은 힘들며 또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왜 그런가. 남을 의식해야 배려할 수도, 이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현대인들은 자신의 개성대로 살아가는 경우가 점점 증가추세에 있다. 다만 우려되는 점이라면 일부 사람들이 남의 평가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또 행위가 자기중심적이라는 데 있다.

과거 어떤 사람이 수시로 고급 쇼핑몰에 가서 고급브랜드의 비싼 옷을 사는 경우가 있었다. 사람들은 그가 옷의 브랜드에 대해 지식이 풍부하거나 돈이 많은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달랐다. 그는 브랜드 제품에 대한 지식도 없을 뿐더러, 돈이 많은 사람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외화내빈이었다. 그렇다면 그는 왜 그런 행동을 해야 했던가. 자신이 무식하고 돈이 없다는 점을 감추기 위해 위선적 행동을 했던 것이다. 이처럼 체면치레는 남에 의한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중국인이나 일본인과 대화를 하다보면 그들은 ‘불가능한 일을 불가능하다’라고 쉽게 말하지 않는다. 이는 상대방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라오스인의 체면 문화를 보면, 마주보고 하는 대화에서 상대방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또 결혼식 등 집안에 행사가 있으면 대규모 연회를 연다. 이렇듯 체면치레는 나라마다 상당히 중요시됨을 알 수 있다.

중국인의 체면문화를 보면,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어도 대화에서는 상대방의 잘못을 말하는 경우가 없다. 식사 문화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면 제공되는 음식의 양이 일반적으로 상당히 많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양한 음식을 주문한다. 그 이유는 음식의 종류가 많고 풍족해야 체면이 선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렇듯 체면의 속성은 형식과 외적인 명분을 높이는 데 관련돼 있다. 안쪽보다는 바깥쪽을 치장하는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하겠다. 따라서 내심과 겉으로 나타나는 행동이 다르다. 체면과 실리!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 다만 지나친 체면만을 추구하는 것은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체면 문화의 변화는 시의적절한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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