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양치기로 자수성가해 부자가 된 복식이 재산의 절반을 나라의 군사비로 바치려고 하자 황제인 무제가 어떤 관직을 원하는가 하고 물었다. 복식은 벼슬길로 나아가는 일은 꿈에도 생각해 본 일이 없다고 하자, 그럼 어떤 목적으로 그 많은 재산을 나라에 바치려 하는지를 다시 묻자 복식이 대답했다.

“천자께서 흉노와 싸우고 계시는데 평민이라 해서 편안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힘이 있는 자는 목숨을 던지고 재산이 있는 자는 돈을 내놓지 않으면 흉노를 물리칠 수 없습니다.”

사자는 복식의 말을 황제에게 그대로 보고했다. 무제가 승상 공손홍에게 복식의 일을 의논하자 공손홍이 말했다.

“복식의 말에는 수상쩍은 데가 있습니다. 이러한 수법은 천자께 순종치 않는 불량배에게 흔히 있는 일입니다. 폐하께서는 허락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그 말에 무제는 복식의 청원을 결재하지 않다가 수년 후에는 아예 잊어버렸다.

그 뒤 고향으로 돌아온 복식은 농업과 목축에 힘을 기울였다. 그렇게 1년쯤이 지났다.

그 사이 흉노족과의 전쟁은 빈번해졌고 게다가 혼야왕이 항복했으므로 나라의 재정 지출이 계속 늘어나더니 마침내 나라의 국고는 바닥이 나고 말았다.

그 다음해가 되자 가난한 백성들은 새로운 땅으로 옮겨갔다. 비용은 나라에서 충당하기로 했으나 국고는 그 돈을 부담할 능력이 없었다. 그러자 복식은 하남군 태수에게 20만전을 바쳐 이민 자금으로 쓰게 했다. 그 소식을 들은 무제가 말했다.

“복식은 전에 재산의 절반을 군사비로 바치겠다고 청원했던 일이 있었다.”

그렇게 말하며 복식에게 4백명분의 노역을 면제해 주었다. 그러자 복심은 포상에 해당하는 돈을 또 다시 나라에 바쳤다. 부자들은 모두가 재산을 숨기기에 정신없었지만 복식은 기꺼이 국가를 위해 재산을 내놓았다.

마침내 무제는 복식의 진정성을 인정하고 백성들이 그를 본받을 것을 기대하여 그 공을 천하에 공포하게 된 것이었다.

복식은 처음부터 중랑이라는 벼슬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의 마음을 읽은 무제가 나서서 설득을 했다.

“중랑이라고는 하지만 네 생각이 그런 직책에 관심이 없다면 상림원에서 내 양들을 돌보아라.”

복식은 검소한 옷에다 짚신 차림으로 황제의 명령에 따라 상림원에서 양치기를 시작했다. 1년쯤 지나자 양들은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번식력도 왕성했다. 때마침 무제가 양들을 돌아보고 감탄하자 복식이 말했다.

“비단 양뿐만 아닐 줄 아옵니다. 백성을 돌보심도 이와 같은 것이겠지요. 일을 시킬 때는 시키고 쉴 때는 쉬게 하고 해가 되는 것은 그때 즉시 제거하며 집단의 질서를 유지하면 백성들은 편안하겠지요.”

그런 다음 무제는 시험적으로 복식을 구씨현의 현령으로 임명했다. 그러자 얼마 가지 않아서 모든 주민들이 그를 잘 따랐다. 무제는 이어서 교통의 요충인 성고현의 현령으로 다시 그를 보냈다.

복식이 성고에서는 물자 수송에 있어 큰 성과를 거두었다. 무제는 복식을 제왕(무제의 아들)의 태부(교육담당)로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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