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정약용의 목민심서와 십자가, 안중근의 유묵, 회화 성모자상(장우성 作) (출처: 천주교 서울대교구)

9월 9일부터 11월 17일까지 바티칸 박물관서 유물 203점 특별전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한국 천주교회 230여년 역사를 집대성한 유물 203점이 사상 처음으로 가톨릭의 심장인 바티칸에서 특별 전시된다.

한국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오는 9월 9일부터 11월 17일까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바티칸 박물관에서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이란 제목으로 한국 천주교 유물 특별 기획 전시를 개최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한국 천주교의 자생적인 탄생, 순교와 박해의 역사, 근현대사에서 교회의 사회 참여 등 우리나라 천주교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다. 200여점의 유물은 바티칸 박물관 ‘브라치오 디 카를로 마뇨’ 홀에 전시된다.

한국 천주교회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선교사 없이 가톨릭 신앙을 받아들였다. 조선의 젊은 유학자들이 직접 책을 읽고 토론하며 학문으로 공부한 천주교는 1784년 1월 말 북경 북당에서 이승훈이 세례를 받고 돌아와 그해 서울 수표교 인근 이벽의 집에서 정약전·약용 형제, 권일신 등에게 세례를 주면서 처음으로 신앙공동체를 구성하게 됐다. 평신도 그리스도인들은 10년에 걸쳐 교황청에 사제 파견을 요청했고 1794년 중국 북경교구의 주문모 야고보 신부가 처음으로 파견됐다.

전시 유물 가운데에는 기해·병오박해의 참상을 목격한 8명의 증언자들이 16명의 순교자들에 대해 증언한 ‘기해병오 치명 증언록’, 정약용이 1803년 군정의 문란을 비판한 시 ‘애절양’이 수록된 ‘목민심서’와 정약용의 무덤에서 발견된 십자가 등이 포함됐다.

해외에서 개최되는 전시인 만큼 대한민국 고유의 색채를 보여주는 작품들도 전시된다. 특히 흰 한복을 차려입고 단아하게 머리를 틀어 올린 성모님의 모습 등 한국적인 주제와 기법으로 표현한 한국 근대 성모자화가 관람객들을 맞을 예정이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순교자현양위원회 부위원장 원종현 신부는 “바티칸 특별전은 한국 천주교 문화와 유산을 보편교회에 알릴 좋은 기회”이며 “교회 유물 역시 한국의 문화를 반영하고 있어 교회사를 초월해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는 특별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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