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열린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 기자회견 참석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 8일 기자회견 열어
엄중 수사 촉구… 섣부른 보도 자제 부탁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김기덕 영화감독 사건으로 불거진 영화계 내 성폭력·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자 영화계·여성계 법조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영화감독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원회(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기덕 사건 대책위는 여성·영화계 단체 136개소, 공동변호인단 등 개인 13명 등이 영화계 내 만연한 인권침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모인 단체다.

이날 기자회견은 서혜진 변호사의 경과보고로 시작됐다. 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 A씨는 2013년 3월 김기덕 감독으로부터 영화 ‘뫼비우스’의 시나리오 수령 후 ‘엄마’ 역할로 영화촬영을 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촬영 과정에서 김기덕 감독의 폭행 및 시나리오에 없는 연기를 강요받았고 이에 김기덕 필름 측과 수차례 상의 후 하차결정을 했으나 김기덕 감독 측에서 무단이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 변호사에 따르면 이후 A씨는 피해에 관해 여성단체·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상담했고 올해 1월 영화산업노조 산하 영화인신문고에 진정 접수를 했다. 진정을 받은 영화인신문고가 A씨와 김기덕 감독에 자체 조사를 진행했고, 7월 영화계·여성계·법조계로 이뤄진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김기덕 감독을 ‘강요·폭행·모욕·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는 게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의 주장이다.

그는 “이번 사건은 감독과 배우라는 전형적인 권력 관계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대본에도 없는 성적 행동 지시·폭행 등의 영화계 관행을 해결해 주길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영화인의 인권을 보장하라’는 제목으로 참가자 발언을 한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많은 사람이 피해자에게 ‘4년 전에 발생한 일을 가만히 있다가 왜 지금에서야 말하냐’고 묻는다”며 “피해자는 당시에도 상담소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상담·진정을 했지만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 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열린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 기자회견에서 이명숙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가 발언 중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는 핑계로 상대 여배우의 동의 없이 성적인 행동을 취한 ‘남배우 사건’을 들며 발언을 시작한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영화는 예술이 아니다”며 “영화보다 사람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좋은 시나리오와 명망 있는 감독, 감독의 열정에 맞춰 연기 해줄 배우가 있다면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영화계에 만연하다”며 “좋고 싫음은 주관적 평가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카메라가 돌기 시작하면 감독은 자신만의 좋은 영화라는 기준에 빠져, 연기자는 사람이 아닌 그저 ‘연기하는 피사체’가 된다”며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폭행·강요가 예술 하는 감독의 연출 의도라는 이름으로 감춰져선 안 된다”고 규탄했다.

그는 “언론이나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사실과 다른 내용이 확산하고 피해자의 신상털기 등은 자제해주길 부탁한다”며 “이 사건 하나에 연연하기보다 영화계를 비롯한 문화예술계 전반에 만연한 인권침해의 다양한 실태·개선책과 해외 영화 촬영 현장에는 어떤 법적 제도와 매뉴얼이 마련돼 있는지 등에 대한 폭 넓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사건 피해자 A씨의 대리인이라고 소개한 한국여성아동인권센터 대표이자 변호사인 이명숙 대표는 “이번 사건은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우려해 모든 조사를 마치고 기소단계에서 기자회견을 하려 했으나 언론에 보도가 돼 급하게 이 자리를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김기덕 사건 공동대책위는 가자회견문 낭독을 통해 ▲서울중앙지검은 피고소인이 자행한 폭행과 강요에 철저한 수사할 것 ▲영화계는 연출이라는 명목으로 출연 배우에게 행해지는 폭력·강요 등의 문제를 자정할 것 ▲정부는 영화계 내 인권침해·처우개선을 위한 실태조사와 관련 예산 마련할 것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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