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함도’ 소지섭. (제공: 피프티원케이)

분량 적다며 아쉬워해 주시니 감사하다
대본 안 보고 출연 결정… 소재 부담 느끼기도
최칠성, 생각 많지 않아… 의리 중요한 친구
‘말년’과 강한 멜로 영화 방해할 요소 될지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영화 ‘군함도(류승완 감독)’ 제작발표회에서 함께 영화를 촬영한 아역 배우에게 배려 깊은 행동을 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시 소지섭은 옆자리에 앉은 배우 김수인이 짧은 원피스를 연신 끌어내리자 한치의 망설임 없이 행커치프를 뽑아 김수안 무릎 위에 올려줬다. 이날 이후 소지섭에게는 ‘소간지’ 외에 ‘소지섭 행커치프’라는 검색어가 하나 더 생겼다.

‘소간지’ 소지섭이 스크린에 등장한 것은 5년만이다. 영화 ‘회사원(감독 임상윤)’에서 살인청부회사 내 영업 2부 과장 ‘지형도’로 열연했던 소지섭이 이번엔 ‘군함도’에서 종로 일대를 평정한 경성 최고의 주먹 ‘최칠성’으로 분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소지섭과 만나 영화 ‘군함도’에 대해 들어 봤다. ‘군함도’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슴 아파할 강제 노역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모티브로 한 픽션이다. 영화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군함도에 강제 노역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5년 만에 스크린에 등장한 것치곤 ‘최칠성’의 분량이 너무 적었다. 소지섭의 연기를 보기엔 너무나도 역부족이다. 이에 대해 소지섭은 “그렇게 아쉬워해 주시니 감사드린다. 이런 말을 들을지 생각지도 못했다”며 “편집된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네명의 밸런스를 맞춰야 하니까 (분량이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워낙 정확하게 디렉션이 정확하신 분이라 감독님의 의견을 많이 따라갔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 ‘군함도’ 소지섭. (제공: 피프티원케이)

“대본을 보기도 전에 출연을 결정했죠. 감독님이 저한테 몇번 같이할 기회를 줬는데 상황이 안 돼서 못했어요. 이번에도 내민 손을 잡지 못하면 다신 저에게 같이 작품하자는 이야기를 안 하실 것 같았어요(웃음). 출연을 결정하고 나선 역사의 무게 때문에 조금 부담스럽긴 했어요.”

분량이 적은 이유 때문인지 ‘말년(이정현 분)’과의 멜로라인의 개연성이 떨어진다. 칠성이 나오는 장면이 편집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소지섭은 “대사 하나가 빠지긴 했다. 감독판에 들어갈지 모르겠지만 칠성은 많은 생각을 가진 인물은 아니다”며 “칠성은 의리가 중요한 친구다. 옛날 건달들의 세계를 생각하면 된다. 나서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자기 식구들을 챙기기 위해 총대를 멘다. 대사가 하나 빠져서 그 부분이 설명되지 않은 게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이어 “말년에 대한 감정은 여자와 남자의 차이가 있겠지만 사랑이라기보다 연민”이라며 “말년의 이야기가 더 중요하고, 칠성은 들어주는 입장이다. 짙은 사랑은 영화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군함도’ 소지섭. (제공: 피프티원케이)

영화에서 소지섭은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지고는 못 참는 성격 최칠성이 돼 강도 높은 액션을 선보인다. 특히 목욕탕 액션 신은 의상 설정상 보호 장비를 착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몸을 아끼지 않고 액션 신을 완성했다.

소지섭은 “감독님이 노하우가 많이 쌓이셔서 액션을 잘 아시고 불필요한 신을 찍지 않으신다. 얼굴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대역은 3~4컷, 나머지는 제가 직접 촬영했다”며 “충격이 흡수되는 타일을 설치해 위험요소를 배제했다. 탕에서 탕을 넘어갈 때도 안전하게 설치해주셨다. 혹시 몰라 발레리노가 입는 속옷도 입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목욕탕 액션이 군함도의 시작이라 많이 고민했다. 위험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연습을 많이 했다. 날라 차기 등 액션을 찍기 전에 계속 연습해서 실제 촬영 때는 얼마 안 찍었다”며 “보기엔 위험한데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은 장면이 있다. 감독님이 그런 액션을 너무나도 잘 아신다. 그래서 다행히 아무 일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저만 힘들었던 게 아니에요. 모든 배우와 스텝들이 다 힘드셨어요. 앞에 나온 배우들뿐 아니라 80여명의 배우들이 있는데 그분들이 없었으면 영화를 만들기 힘들었을 거예요.”

▲ ‘군함도’ 소지섭. (제공: 피프티원케이)

소지섭도 함께 영화에 출연했던 배우 송중기처럼 군함도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다. 영화를 위해 역사를 공부한 뒤 군함도의 2/3 크기로 재현된 세트장에 들어섰을 땐 실제 군함도에 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세트장은 시나리오를 보고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머릿속으로 그린 것과 눈으로 본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위압감이 들었고 그게 연기할 때 분명 도움이 됐다”며 “없는 공간에서 상상력으로 하기보다는 만들어진 곳에서 받은 느낌으로 촬영했던 것 같다. 세트장을 만들어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꼭 봐야 하는 영화가 어디 있겠어요. 보고 싶으면 보는 것이죠(웃음). 가슴 아픈 것은 보지도 않고 영화를 판단하는 것이죠. 어떤 일에 대해서 보기 전에 판단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보고 나서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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