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쯤 어느 정치인의 입에서 ‘적폐청산’이란 용어가 나온 이후 정권이 바뀌자마자 이 말이 유행어로 번져나고 있다. 적폐(積弊)란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폐단’을 의미하는 것이니 관행과 부패, 비리 등 폐단이 우리 사회에서 청산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정치계뿐만 아니라 여러 조직 내에서 만연된 악습을 뿌리째 뽑아내자는 자성과 요구가 마치 과거 새마을운동 초창기처럼 요원의 불길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국정원 적폐청산, 공관병 갑질 적폐청산을 비롯해 심지어 신성해야 할 종교계 내부까지 파고들고 있다.

적폐의 창고는 아무래도 정부나 정치계가 대표적일 것이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에서는 지난정부 시절 행해졌던 모든 국사에 대해 적폐 여부를 지적하고 있고, 제도적 경로를 통해 확인할 여지가 있으니 앞으로 적폐청산이란 말은 상당기간 우리 사회에서 통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의 국정감사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적폐를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 전운은 벌써부터 여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원장의 언행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내 회의를 통해 8월 임시국회 때 “결산심사에서 국가재정을 파탄낸 박근혜 정부의 적폐예산의 실태를 철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고,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국회 결산심사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 예산 집행 실태와 부자 감세 기조 유지로 인한 국가 재정 파탄 실태를 집중적으로 규명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이와 같이 여당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예산을 ‘적폐 예산’으로 규정하고 청산 작업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정부가 집행한 예산에 대한 국회의 결산 심사는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실태를 보면 예산 심의는 국회의원이 지역구의 민원성 예산을 확보하느라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만 결산 심사는 확보 예산에 대한 집행인만큼 통과의례가 다반사였다. 소관 위원회의 결산 심사 때마다 정당과 의원들은 ‘현미경 심사’니 ‘핀셋 결산’이니 요란했지만 구호로 그친 적이 많았다. 이번에는 여당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예산집행을 철저히 살필 것이라 하니 과연 적폐가 청산될는지 두고 볼 일이다. 2016정부예산이 적법타당하게 집행됐는지, 또 2015예산 결산심사 때 지적된 국회의 시정 요구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꼼꼼히 따져서 국민혈세 낭비를 줄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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