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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당하기 전에는 모른다는 말이 있다. 이미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하는 일들도 막상 코앞에 닥치면 판단이 잘 안 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소한 것부터 복잡한 것까지 기준이라고 세운 것들이 전부 헷갈릴 때도 있다. 그래서 될 때까지 기준을 세우면 되는 것이라고 억지스럽게 위로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역시나 자신 없는 조언이 되고 만다.

눈은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 깊게 보이고 눈 주위로는 이전에 보았던 재미있고 즐거웠던 일들이 맺혀있다. 삼자의 입장에서 지나간 일들을 지켜보기도 한다. 물고기는 적당량을 먹고 적당하게 자신을 뽐내는 것이 일상의 모습이지만 다양한 것들을 삼켜서 소화한 모습이 밖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우리가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사전적인 의미로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건축에서는 바닥과 벽, 지붕이나 기둥 등으로 둘러싸인 곳을 생각한다. 생각 속의 공간은 추상적일 수 있으니 다양한 것을 떠올릴 수 있다. 비록 구체화되어 있지 않지만 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머물러 있는 곳을 지칭할 수 있겠다. 그래서 더 자유로운 상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구름을 구체화한 양 떼, 토끼, 솜사탕 모양이라고 이야기 하곤 한다. 구름이 사물처럼 변했다가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구름과 구름 사이로 공간이 생기고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길 반복하면서 결국 멀리 사라진다. 그렇다고 구름 사이의 공간을 유별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흘러간다.

우리도 어쩌면 계속 변화하면서 다른 모습으로 환생하는 것은 아닐까? 마찬가지로 옛날에는 눈길을 받지 못했던 건축물이 어느 순간에는 좋은 느낌을 받는 건축물로 다시 태어나는 경우도 많다. 예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은 또다시 색다른 것들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면 그래도 살 만한 삶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같은 특이한 형태의 건축물을 많이 디자인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지금은 익숙한 건축물의 하나가 되고 있다. 그래서 더 큰 기대감은 생기지 않는다. 아무리 특별해도 특별할 수 없고 아무리 소박해도 소박할 수 없는 것이 인간세계의 보편적 가치는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때로는 물고기가 눈물을 흘리면서 생각하는 것도 특별함의 시작이자 평범함의 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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