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아니 분노감마저 감출 길이 없다.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의 공관병 갑질 의혹 사건은 단순한 ‘갑질’의 문제를 넘어서 인간과 인권, 그리고 우리 군장병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마저 무참하게 짓밟는 ‘만행’에 다름 아니다. 온갖 사적인 지시는 물론이고 전자팔찌와 호출벨 등 사실상 ‘노예’와 다름없는 대우로 인해 공관병이 자살 시도까지 했다는 군인권센터의 추가 발표엔 귀를 막고 싶은 심정이다. 어떻게 오늘날의 대한민국 국방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3일 브리핑에서 박찬주 사령관과 그의 부인, 그리고 전·현직 공관병들에 대해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것이지만 군 자체의 진상규명이 얼마나 제대로 이뤄질지도 지켜볼 일이다. 정권이 바뀐 만큼 군 당국도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철저한 진상규명으로 국민적 신뢰를 다져야 할 때이다. 군 당국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얼마나 높은지 군 스스로 위기를 인식해야 한다. 대충 넘어갈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국방비리가 적폐청산의 ‘상징’처럼 돼버린 현실이 아닌가.

물론 이번 의혹사건은 군 당국의 자체 조사로 끝날 일이 아니다. 사정 당국을 총동원해서 사태의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군 당국을 믿고 우리의 아들을 군으로 보내는 부모의 심정에 신뢰는커녕 거짓과 배신으로 화답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내용도 심각하지만 박 사령관과 그의 부인의 행태는 우리 군이 청산해야 할 ‘적폐’이기도 하다. 사병들과 일선 군부대에서 벌어지는 장병들에 대한 반인권적 행위는 이미 수없이 지적돼 온 군 개혁의 핵심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은 군 최고 지휘관인 사령관과 그의 부인이 공관병을 상시적으로 마치 ‘노예’처럼 다뤘다는 점에서 더 놀랍고도 충격적인 것이다.

지난 1일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박찬주 사령관은 아직 2작전사령관의 보직을 그대로 수행중이다. 군 내부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대로 순순히 전역을 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군 자체 조사가 나오는 결과에 따라 각 사정기구의 후속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북한의 도발도 우려되지만 우리 군 내부의 이런 반인권적, 몰상식한 작태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상황을 놓고 볼 때 사실상 ‘이적행위’에 다름 아니다. 국민을 분노케 하고 우리 장병들의 사기를 꺾은 박찬주 사령관에 대한 최종적인 징계가 어떻게 이뤄질지 눈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그럼에도 별 탈 없이 대장으로 예편해서 매달 수백만원 이상의 군인연금을 받고 호의호식할 수 있는 나라라고 한다면 우리의 군은 이미 국민의 편이 아니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일벌백계로 땅에 떨어진 군의 사기를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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