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머무는 시] 당김 - 한영옥
[마음이 머무는 시] 당김 - 한영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김

한영옥(1950~  )

 

다시 너는 청주로 내려가고 있다
네가 자리 잡았을 고속버스 의자의 위치가 뵈고
안전벨트 잠그는 소리가 툭, 귓전에 떨어진다
서울을 한참 벗어나 가물가물 졸음에 겨워하는
너의 눈언저리 따라 나도 가물가물 끄덕대는 중
옆에 있을 때나 청주에 있을 때나 네 작은 양 손
나를 잡아당기며 힘내라, 힘내라 힘줄이 불거진다
핏줄이 당긴다는 것은 훌쩍이며 연민이 온다는 것
너는 내가 측은하고 나는 또 네가 측은하기만 해서
간지러운 말들만 골라 간지럼 많이도 태웠던 간절(懇切)
이제 집으로 들었느냐, 집안부터 잘 살펴보고
몸 편안히 다독인 뒤에 무사 소식 알려다오

 

[시평]

‘핏줄이 땡긴다’는 말이 있다. 같은 핏줄을 지닌 부모나 형제, 친척끼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무언가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이다. 그만큼 같은 핏줄은 대단한 것이다. 자식의 일이, 동생의 일이, 조카의 일이 마치 나의 일인 양 느껴지는 것. 그래서 눈앞에 있지 않아도 마치 눈앞에 있는 것과 같이 느껴지는 것. 이러함이 같은 핏줄끼리의 ‘땡김’이라고 흔히 말한다.

일을 마친 동생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인 청주로 내려가는 모양이다. 동생도 성인이련만, 고속버스를 타고 떠나는 그 동생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눈에 삼삼하게 그려지는 듯, 마음이 쓰인다. 형으로서, 언니로서 지니는 그런 마음이리라. 너는 내가 측은하고 나는 또 네가 측은하기만 하다는 그 말 속에서 진정 형제간의 우애를 느낄 수 있다.

‘측은(惻隱)’, 이가 바로 진정한 사랑의 발로가 아닌가 생각된다. 불완전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가여운, 그래서 더욱 마음이 가는, 그러함이 어느 의미에서 진정한 사랑이 아닌가 생각된다. 남의 일을, 남의 아픔을, 남의 힘듦을. 나의 일, 나의 아픔, 나의 힘듦과 같이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그 원천이 바로 ‘측은(惻隱)’ ‘측은지심(惻隱之心)’이리라.

실은 우리 모두,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이 우주의 모든 것 서로 같은 근원에서 나오지 않은 것 또 어디 있겠는가. 이 모두에 측은의 마음이 생길 수 있다면, 그래서 서로 핏줄 당기듯이, ‘땡겨질’ 수 있다면, 아마도 우리 모두는 진정 평화롭고, 또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윤석산(尹錫山) 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