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종교인 과세와 관련된 내용이 빠져 있다.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는 부분이다. 일부 정치권에선 종교계의 반발을 의식하며 추가유예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종교인 과세 추가유예 추진에 반대하는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난 5월말 서울 금융감독원 연수원 앞에서 종교인 과세 추진을 강력하게 촉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세법개정안 발표서 빠져 “예정대로 시행 의미”
김진표 의원, 2년 추가유예법안 올해 추진할 듯
찬성여론에도 내년 지방선거 앞둔 정치권 변수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2일 문재인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이 발표된 가운데 ‘종교인 과세’가 당초 예정대로 내년 1월부터 시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날 발표한 세법개정안에는 종교인 과세와 관련된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커지는 부분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발표내용에 없다는 것은 예정대로 내년부터 종교인 과세를 시행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한국납세자연맹에 따르면 매년 약 7조원이 종교단체에 기부되고, 기부금세액공제로 1조원이 세액 감면을 받고 있다. 또 종교시설에 대한 재산세 등 지방세 감면도 3000억원에 이른다. 매년 1조 3000억원 이상의 보조금이 종교단체에 지원되는 셈이다.

지난 수십 년간 해마다 막대한 기부금을 받아온 종교계는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는 곳 외에는 세금면죄 혜택을 누리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비판이 거세다.

이를 의식한 이낙연 총리는 지난 6월 전국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소속 목회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정서상 (종교인 과세를)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종교인 과세는 유예기간이 끝나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5개월도 채 남지 않는 상황에서도 현 정부의 종교인 과세 입장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세정당국은 내년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연 관측을 부인했다.

다만 “종교인 과세는 할 준비는 돼 있으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지 여부에 대해 고민 중”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 때문에 정치적인 이유로 종교인 과세 시행 시기가 또다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은 일부 종교계와 반발을 의식해 종교인 과세 시기를 2020년으로 늦추는 방안(2년 추가유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쳐 도입이 다시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그는 내년에 과세를 시행할 경우, 불 보듯 각종 갈등과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김 의원은 종교인 과세를 2년 더 유예하는 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낼 예정이다. 일부에선 내년 지방선거 전후로 종교인 반발을 고려한 정치적인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재부·국세청, 의견수렴 납세절차 준비 중

종교, 정치,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쟁거리인 종교인 과세를 두고 현 정부는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기재부 측은 국세청과 함께 교단별로 간담회를 여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기재부가 시행을 유예하는 법안을 정부 입법으로 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종교인 과세는 그간 의견 수렴과 국회 논의를 거쳐 2015년 정기국회에서 소득세법 개정을 통해 결정된 사항으로 알고 있다”며 추가 유예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종교인 과세와 관련해 종교인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기획재정부와 함께 종교계를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납세절차 안내 등을 통해 종교단체 및 종교인의 신고·납부에 지장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종교인 과세 대상 인원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종교인 평균임금에 따르면 소득이 과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종교인이 많아 실제 걷히는 세금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 71% 찬성… 개신교 보수·진보 엇갈린 입장

국민 10명 중 7명은 종교인 세금 부과를 찬성하고 있다. 2014년 11월 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이같이 나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종교인들에게 이제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71.3%에 달했다. 비과세 의견은 13.5%로 낮은 수치를 보였다. 비과세 의견은 개신교 33.0%, 천주교 16.7%, 불교 5.6%, 무교 4.6%로 조사됐다. 개신교 측의 ‘조세 저항’이 제일 심했다.

종교계는 개신교를 제외하고 대체로 종교인 과세를 찬성하고, 일부에서는 세금을 자진해서 납부하고 있다. 개신교는 진보·보수 성향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진보성향의 교단협의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종교인 과세를 더 미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NCCK 교회재정투명성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성명서를 내고 “납세 의무에 종교인도 예외일 수 없다”며 “정부 당국은 투명한 사회건설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종교인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종교인들이 2018년 종교인 과세 실시를 앞두고 조직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며 “정치권은 선거에 악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해 저울질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보수성향의 교단협의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종교인 과세를 반대하고 있다. 한기총은 “큰 교회들은 현재도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법으로 강제성을 띠기보다는 교회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납세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 미자립 교회들이 한국교회의 80% 정도인 상황에서 종교인 과세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종교계 내 보수단체들의 과세 거부 움직임에 대해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종교인에 대한 과세 예외는 우리 사회의 오랜 적폐”라며 “수억원씩 연봉을 받는 대형교회 목사들은 반드시 세금을 내야 한다. (세무조사 등에 거부감이 있는)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과 종교계 내 일부 세력의 거센 저항에도 종교인 과세를 내년부터 시행할 수 있을지, 또 어떠한 해법을 제시할지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