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천지=송범석 기자] 조선 왕조의 체제적 기반은 왕권이었다. 군주를 정점으로 한 시스템은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문제는 군주의 영민함이나 탁월한 리더십을 갖고 있는 왕이 세종이나 정조를 꼽고 나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조선의 국정운영은 대체로 탄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뛰어난 왕은 없어도 ‘뛰어난 참모’는 존재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선은 군왕으로 대표되는 군주 중심의 체제였지만 사실상 국정은 운영하고 견인해간 주체는 참모들이었다”고 강조한다.

특히 참모들은 ‘상하 소통’을 원활하게 하며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같은 참모들의 노력 덕분에 조선은 500년 동안 왕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맹사성 이준경 이황 이원익 이항복 김육 최석정 박규수 등 여덟 명의 참모들은 빼어난 리더십을 통해 국가를 경영했다. 주목할 점은 이들은 대부분이 유배와 파면은 물론 장을 맞고 옥에 갇히는 등 좌절을 겪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결국에는 시련을 딛고 일어나 자신의 역할을 기꺼이 수행함으로써 역사에 길이 이름을 남겼다.

저자는 “이들이 보여준 투지와 열정은 위기에 쉽게 주저앉고 마는 현대인들이 교훈으로 삼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귀띔한다.

조선 최고의 학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퇴계 이황(1501~1570)은 34세에 벼슬을 시작해 70세에 사망할 때까지 140여 직종에 임명되지만 무려 일흔아홉 번이나 사퇴를 한다.

이황은 물러나야 할 때,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 스스로 알아서 물러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이이가 적극적으로 나서 현실을 개혁하려 했다면 이황은 자신의 ‘물러남’이 타락한 정치판에 자극이 되어 새로운 개혁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랐던 것이다.

특히 이황은 물질과 명예를 싫어했다. 벼슬자리를 하느니 차라리 후학들에게 제대로 학문을 가르쳐 점진적으로 나라를 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이황은 이처럼 ‘무욕의 리더십’을 발휘했다. 퇴계가 제시한 ‘사심 없이 군주를 모셔야 할 조선 선비의 진정한 자세’는 그 시대의 표준이었다.

저자는 “‘버리고 나면 진정한 선비다운 정신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그는 학자의 모범이었고, 선비의 귀감이었으며, 조선의 양심이었다”고 칭송한다.

책은 이같이 여덟 명의 참모들이 위기에 처한 나라를 이끌어간 일화를 소개하며 시대가 바라는 리더의 자격을 설명하고 있다. 인물 중심의 세세한 일화는 물론 풍부한 사료가 곁들여져 흥미를 이끈다.

박기현 지음 / 역사의아침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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