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용 칼럼] 이라크 전쟁과 천안함 사건
[윤승용 칼럼] 이라크 전쟁과 천안함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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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미국이 유엔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이라크전쟁의 초기인 2003년 봄.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미군 사상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미국 내 반전여론은 날로 드세져갔다. 설상가상으로 미군의 오폭으로 이라크 민간인 수십 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부시 정권이 사면초가에 몰려있을 즈음 미국 언론에는 깜짝 놀랄 만한 기사가 등장했다. 개전 나흘만인 3월 23일 미군 11명이 사망한 나시리아 전투에서 이라크 병원에 포로로 억류돼 있던 제시카 린치 일병이 미군 특수부대원들의 목숨을 건 전격구출작전으로 생환한 사실이 전해진 것이다.

작전에 동행한 카메라팀이 촬영한 동영상이 TV화면에 거듭 방영되자 특수부대원의 용맹스런 활약상이 단연 화제에 올랐다. 특히 만 19세밖에 되지 않은 여군 린치가 “이라크군에게 체포되고 수많은 총상을 입을 때까지 죽음을 무릅쓴 전투를 벌였다”는 후속보도로 그녀는 일약 영웅으로 떠올랐다. 린치 일병은 전 국민의 환호 속에 귀환, 브론즈 스타 등 무공훈장을 받고 명예제대와 함께 자서전을 인세 100만 달러에 계약하는 등 유명인사가 됐다.

하지만 그해 11월 그녀의 영웅담은 미군당국과 일부 언론이 꾸며낸 과장보도임이 밝혀졌다. 린치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군에게 습격당했을 때 나는 총이 고장 나서 단 한 발도 쏘지 못했고 총상을 입지도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린치는 이어 “내가 진정한 영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를 엄호하다 전사한 동료와 나를 구출하러온 군인들”이라며 “군 당국의 지시대로 진술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은 조사결과 이라크군도 없는 이라크 민간병원에서 미군특수부대원들이 카메라를 대동하고 구출 쇼를 연출해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면2: 이라크전 개전 43일 만인 2003년 5월 1일. TV의 이브닝뉴스를 보던 미국인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걸프해역에서 작전을 마치고 귀환하는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에 소형 전투기를 직접 보조 조종해 내린 조지 부시 대통령이 멋진 전투기 조종복 차림으로 종전선언을 한 것이다. 그것도 생중계로. 부시는 “이라크에서 주요 전투가 끝났다. 이라크 해방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진전”이라며 “알 카에다의 동맹을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자랑하는 최정예 항공모함 함상에서 종전선언을 함으로써 북한 이란 등 미국이 테러지원국 및 대량살상무기 개발국으로 지목하고 있는 나라들에게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전하는 효과를 봤을 뿐 아니라 국내외적 개전 반발여론도 잠재우는 이득도 얻었다. 그는 당당하게 다음해 선거에서 재선했다. 하지만 이라크전을 합리화하려했던 알 카에다와 연결된 대량살상무기(WMD)는 이라크에서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나는 이번 천안함 사건을 보면서 자꾸만 위의 두 장면이 오버랩 되는 걸 주체할 수 없었다. 아직 침몰원인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는데도 정부, 특히 군 당국과 보수언론은 북한의 공격에 의한 희생이며 따라서 당연히 46명의 순직장병은 ‘영웅’이라고 부추기고 있다. 위기가 상존하는 서해접경지역에서 초계도중 유명을 달리한 순직장병의 안타까운 사정은 누구나 공감할 터이다. 유족들뿐 아니라 전 국민의 슬픔이었다. 그래서 전국에 분향소마다 조문객이 줄을 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진상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그들을 교전과정에서의 희생자처럼 마냥 영웅시하는 것은 너무 앞서간 측면이 커 보인다. 그들이 전쟁영웅이라면 훈련이나 순찰 등 근무 중 숨진 장병도 영웅대접을 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를 영웅대접하고 훈장을 수여한 사례를 필자는 잘 알지 못한다. 더구나 누구도 사태에 책임지는 자가 없는 상황에서 ‘영웅적 순교’만을 강조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 아닐까?


또한 이명박 대통령도 전군지휘관회의를 직접 주재하는 등 사태해결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가 위기상황에서 당연한 행보일 것이다. 하지만 군복차림의 이 대통령이 연일 방송을 타는 상황을 보며 역시 좀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새 정부 들어 참여정부가 구축해놓았던 국가안보회의(NSC)와 위기관리센터를 ‘대북유화론의 본거지’라며 해체했던 사실 등을 비춰보면 더욱 어색해 보인다. 더구나 요즘이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이어서 동기의 순수성마저 의심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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