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지난 2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종합 5위를 차지하며 한국을 빛낸 금메달리스트를 말해보세요?

아마 스포츠에 별로 관심이 없는 한국인이라도 피겨스케이팅의 요정 김연아를 우선적으로 댈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권위의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인의 영웅부문에 미국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 이어 2위에 올랐을 정도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니 김연아를 모를 이가 없다. 스피드 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의 쾌거를 올린 모태범, 이승훈, 이상화와 쇼트트랙의 2관왕 이정수까지 거론해 정답을 맞추는 이는 열렬한 스포츠팬이라고 말할 수 있다.

퀴즈 둘. 그럼 이들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의 소속팀은 어디인가?

‘글쎄’ 하고 의외로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고 정답을 대는 이들은 드물 것이다.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사람 일부는 김연아는 고려대, 모태범·이승훈·이상화는 한체대 트리오, 이정수는 단국대 학생이라고 구분할 것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금메달을 획득해 온 국민을 기쁘게 해줬지만 그들의 정확한 신상명세까지 챙겨서 기억하는 이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퀴즈 셋. 조금 더 힘든 문제를 던져보겠다.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대학선수들은 몇 개의 메달을 땄는가?

이 정도까지 이르면 답을 제대로 대는 이는 정말 많지 않을 것이다. 답은 금 6, 은 5, 동 1개를 대학선수들이 거두었고, 나머지는 여고생으로서 쇼트트랙의 이은별(연수여고)이 은 1개, 박승희(광운고)가 동 2개를 각각 따냈다. 대학선수들의 메달분포도를 살펴보면 한체대 금 3, 은 2개, 단국대 금 2, 은 2개, 고려대 금 1개, 연세대 은 3개, 경희대 은 2개 등의 순이다. 한체대 단일 성적으로만 해도 11위 러시아(금 3, 은 5, 동 7개)에 이어 종합 12위의 순위에 오를 수 있을 정도로 한국 대학선수들의 활약이 대단했다.

이처럼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한국의 대학스포츠는 한국스포츠의 간판 노릇을 하며 국위를 선양하고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대학스포츠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해옴에도 불구하고 중대한 위기에 처해있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대학스포츠 선진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6일 대학스포츠의 위기의식을 느낀 17개 대학총장들이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가칭 ‘한국대학스포츠 총장협의회’ 창립 발기인 모임을 가진 데 이어 ‘대학스포츠 선진화를 위한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논의된 요점은 세 가지였다. 첫째, 우리나라가 스포츠 10대 강국이 된 배경에는 엘리트스포츠 자원을 육성해내고 있는 대학스포츠가 있었다는 것, 둘째, 대학스포츠도 이제는 그 수단과 방법이 옳고 정당하지 않을 경우 사회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 셋째, 우리나라 스포츠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스포츠의 환경변화가 불가피하며, 그 첫 단계가 대학스포츠를 통합적으로 조정·운영할 수 있는 협의기구가 설치되어야 한다는 것 등이었다.

대학스포츠는 현재 여러 가지 산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적으로 특기생 동일계 진학 규제로 대학운동부 활동이 크게 위축되어가고 있다. 체육계열학과가 없는 대학은 물론, 체육계열학과가 있는 대학들도 입학 TO시스템(할당제)으로 우수한 선수들을 받는데 한계가 있으며 대학진학의 문이 좁아짐에 따라 중․고등학교 운동부 활동도 점차 위축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결국 엘리트 국가대표 선수 양성체계의 근본을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과중한 훈련과 무분별한 경기대회 참가로 인한 학습권 침해, 무리한 경기력 추구에서 발생하는 각종 체벌과 폭력의 난무, 지도자들의 불안정한 근로조건으로 인한 일탈행위 등 반 사회적인 현상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반응도 만만치 않다. 이에 덧붙여 교육 당국의 대학등록금 동결 정책은 대학 운동부 폐지의 큰 위협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대학스포츠 관계자들의 전반적인 지적이다.

이러한 대학스포츠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NCAA(대학스포츠위원회) 모델과 같은 전 대학스포츠 운영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재 대한체육회 및 대한올림픽위원회 산하에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KUSB)가 있지만 KUSB는 4년 만에 한 번씩 열리는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대한체육회가 구성해 놓은 선수단을 구성, 인솔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활동이 없어 전반적인 대학스포츠 업무를 이끌어 나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선진형 대학스포츠 행정을 펼쳐나가기 위해 미국 NCAA와 같은 통합형 대학스포츠위원회의 창설이 시급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대학총장들이 손을 맞잡고 본격적으로 나서게 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구성될 새로운 대학스포츠 통합 협의체가 가장 중요한 재정문제 등을 슬기롭게 해결해 스포츠 한국의 내실을 더욱 다져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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