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 메카 성지순례. (출처: 연합뉴스)

“전쟁선포” vs “소통거부”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단교 사태로 관계가 악화한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교 연례 메카 성지순례(하지)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양국은 미확인 정보를 바탕으로 신성한 순례를 정치쟁점화하고 있다며 서로를 비난 중이다.

아델 알주바이르 사우디 외무장관은 30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 알아라비야 방송에서 “성지(메카·메디나)를 국제사회의 관리하에 두라는 카타르의 요구는 사우디에 대한 전쟁선포”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카타르가 성지순례를 정치화하고 방해하고 있다”며 “카타르인이 원활하게 성지순례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알아라비야 방송은 “카타르 언론들이 메카·메디나 성지를 정치와 분리해야 한다는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카타르는 성지를 국제 관리 아래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카타르는 사우디가 소통을 거부하고, 하지를 양국 정부의 정치적 갈등과 엮으면서 카타르 순례객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카타르 이슬람종교부는 이날 국영 QNA통신에 발표한 성명을 통해 “사우디가 메카 순례객의 안전과 편의를 보장하는 문제와 관련해 소통을 거부했다”며 “이슬람교의 기둥 중 하나인 하지를 정치와 결합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많은 무슬림이 그들의 성스러운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우디는 지난달 카타르가 테러 세력을 지원하고 내정간섭을 일삼았다면서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하지만 지난 20일 모든 무슬림이 일생에 1번 꼭 해야 하는 의무인 하지는 일정 조건 하에 허용한다고 밝혔다.

성지순례를 뜻하는 하지는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에 참가한 무슬림들은 이슬람교 예언자 무함마드가 마지막 설교를 한 장소로 여겨지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인근 아라파트 언덕에 모여 하루 종일 기도하며 코란을 암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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