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 (출처: 뉴시스)

법응스님, 설정스님에 공개편지
“종단 위계질서에 혼란 줄 것”

[천지일보=차은경 기자]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한 달여 앞둔 가운데 총무원장 자승스님과 종단 최대 규모 계파 불교광장이 차기 총무원장 후보로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을 내정했다는 소문이 돌며 불교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불교사회정책연구소장 법응스님은 언론을 통해 설정스님에게 공개편지를 보냈다. 법응스님은 “몇 가지 염려되는 바가 있어 꾸지람을 무릅쓰고 필을 들었다”고 공개편지를 쓰게 된 경위를 밝혔다.

스님은 설정스님이 세납과 방장, 원로의원이라는 직함을 가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는 종단의 큰 어른으로서 종단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며 반드시 역할이 필요할 때 경책을 통해 바로잡아야 하는 위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종단의 최고위급 어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설정스님이 종무일선의 수장으로 내려온다는 것에 대해 “종단의 위계구조와 질서에 혼란을 가져오고, 혁신과 발전을 답보시키지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스님은 설정스님에게 “직접 총무원장직을 수임하기보다 종단의 큰 어른으로서 거침없이 방향을 제시하고, 종단과 종도들이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도록 경책하며 지도하는 것이 본분”이라고 당부했다.

앞서 27일 불교계 언론에 따르면 자승스님은 봉은사 주지채인 다래헌에서 불국사 관장 종상 스님, 10개 본사 주지를 참석시킨 가운데 차기 총무원장 후보에 관한 논의에 들어갔다. 이날 논의에서 스님들은 설정스님을 유력한 후보로 결정하자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설정스님도 최근 차기 총무원장으로 추대될 경우 출마할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스님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충분히 돌파 가능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조계종은 오는 10월 12일 종단을 이끌어나갈 수장을 뽑는 총무원장 선거를 치르게 된다. 8년간의 자승 총무원장 체제가 마무리되고 종단을 새롭게 이끌 지도자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종단 안팎의 관심이 뜨겁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불교광장 내에서 교육원장 현응스님과 안국선원장 수불스님, 중앙종회 의장 원행스님,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 동국대 이사장 자광스님, 총무원 총무부장 지현스님 등이 하마평에 올랐다.

그러다 수불스님에 대한 금품살포 의혹이 퍼지며 논란이 일었고, 최근 설정스님이 총무원장 후보로 내정됐다는 소식이 퍼지게 됐다. 하지만 뚜렷하게 부상하는 후보가 없고, 현재까지 출마의사를 분명히 내비친 스님도 없어 여전히 안갯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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