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함도’ 송중기. (제공: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임무 받고 군함도에 잠입한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박무영 열연한 송중기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2009년 MBC 드라마 ‘트리플’에서 미소년 외모를 뽐낸 송중기는 ‘성균관 스캔들(2010)’ ‘뿌리 깊은 나무(2011)’ 등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2012)’와 영화 ‘늑대소년(2012)’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군대에 입대 공백기를 가졌다. 제대 후 히트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만나 사랑하는 인연까지 만난다.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을 그린 220억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는 그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영화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송중기는 임무를 받고 군함도에 잠입한 광복군 소속 OSS 요원 ‘박무영’으로 분해 조선인들을 탈출하는 데 일조한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중기는 여전히 동안 외모를 자랑했다. ‘태양의 후예’로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연인 송혜교와 결혼 발표 직후 공개되는 작품이기에 배우 송중기에게 쏟아지는 언론과 대중들의 관심은 역시 지대했다. 송중기는 앳된 외모지만 난감한 질문에도 우물 쭈물거리는 법이 없었다. 그는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진지한 눈빛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시나리오를 받기 전 ‘무한도전’을 통해 군함도의 진실을 알았죠. 그게 전부였어요. 그전엔 007시리즈 중 ‘스카이폴’에 가상의 섬 ‘데드시티(Dead city)’ 배경으로 나와 ‘우와. 저기 어디야 세트 죽인다’라고 생각했죠.”

시나리오를 받기 전까지 그는 군함도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는 “거의 몰랐다고 보는 게 맞다.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알게 됐다”며 “학창시절 역사를 좋아했고, 나름대로 성적도 좋았음에도 몰랐다. 제 또래보다 어린 친구들은 더 모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소재가 가진 의미 때문에 그는 연기에 더욱 신중했다. 송중기는 “역사적인 배경에 대해 부담은 없었다. 선택할 때는 잘 몰랐으니까(웃음). 오히려 같이 회의·공부하고, 촬영하면서 부담감이 생겼다”며 “소재의 무게를 무시할 수 없었다. 저희 배우들도 평소 같으면 농담하고 그러는데 안 되더라”고 말했다.

▲ ‘군함도’ 송중기. (제공: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역사를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은 영화적으로 풀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저희가 서경덕 교수님은 아니잖아요. 영화 쪽엔 저희가 전문가니까 작품의 완성도를 더 높이고 싶었어요. 많은 재미를 드리고 싶었죠. 그게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역사적 상징 때문에 영화 출현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송중기는 “건방지게 들릴 수도 있는데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유명한 감독님이라고 무조건 좋게 보진 않는다”며 “연기하는데 있어서 명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 제 성격 때문인지 많이 따져보고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일단 책(시나리오)이 우선이다. 8할 이상, 나머지가 2할이라고 보면 된다. 시나리오에서 오락성을 무시할 순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대배우가 나와도 재미없으면 관객들은 등을 돌린다”고 밝혔다.

이어 “상업영화로서 영향력이 대단하니까 관객들에게 보여드리기 부끄럽지 않고 충분히 들려드릴 수 있는 이야기겠다 싶으면 한다. 당연히 의미가 있으면 더 좋다”며 “배우는 시나리오를 살리는 역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무영은 다른 캐릭터에 비해 입체적인 인물은 아니에요. 독립운동의 주요 인사를 구출하는 임무만 수행하면 되는데 실상을 알고 나선 임무를 포기하고 임의대로 판단해 실행하죠. 그 시점이 박무영 내면의 변화가 있던 시점이 대탈출을 시작하는 첫 단계입니다.”

▲ ‘군함도’ 송중기. (제공: 블러썸 엔터테인먼트)

OSS 요원 ‘박무영’을 보고 있자면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박상원이 떠오른다. 영화에서 박무영도 독수리 작전을 실행하려다가 성공하지 못하고 다른 임무를 맡게 된다. 송중기는 “임무를 실패했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어서 박무영이 조선인과 탈출하려고 한 것 자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마음 한쪽으로 속 시원한 게 있다”고 털어놨다.

열연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그는 “잘하고 싶었고 100% 만족까진 아니지만 잘한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지난해 대한민국이 가장 힘들고 시끄러울 때 저희는 세트장에서 촛불 장면을 찍었어요. 이런 부분이 저에게 단순한 상업영화 이상의 영향을 준 것 같아요. 배우 송중기한테도, 33살 젊은이 송중기한테도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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