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이남 작가가 지난 22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8월 14일 제막식을 앞둔 광주 남구 팽귄마을에 세워질 생존자 이옥선 위안부 할머니의 소녀상 제작동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8월 14일 양림동 팽귄마을 앞 ‘평화의소녀상’ 제막식
“일본, 진솔한 사과하고 역사 왜곡 이제 그만 그쳐야”
“이옥선 할머니 과거·현재 모습에서 아픈 역사 공감”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우리에게 단 한 번도 진실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으면서도 끊임없는 역사 왜곡으로 자신들의 잘못된 역사를 숨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나라가 왜 융성하고 힘이 있어야 하는지 세삼 생각하게 됐다”는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 작가는 “과거 이런 역사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기자는 지난 22일 광주시 서구 쌍촌동 운천저수지 산책로 한 카페에서 광주 남구 양림동 근대역사문화의 중심지인 팽귄 마을에 세워질 ‘소녀상’ 제작을 맡은 이이남 작가를 만나 제작 동기와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이이남 작가는 “일반적인 인물을 조각하고 만들 때보다 소녀상 제작을 통해 그 전보다 훨씬 더 위안부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됐다”며 “어두운 역사를 교훈 삼아 후대에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게 됐다”고 제작 동기를 밝혔다.

광주남구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진행되는 소녀상 건립은 다음달 15일 광복절을 기해 14일 제막식을 앞둔 가운데 담양 대전면 이이남 작가의 작업실에서 제작을 마친 후 현재는 동판 주물제작에 들어갔다.

이이남 작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과 광주시민들의 자주·민주·평화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남구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정진백 상임집행위원장을 중심으로 뜻있는 남구민이 기금 마련을 위해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강원호 남구의회 의장을 비롯한 남광인 부의장 등 9명의 의원, 지역 경제인, 예술인, 종교인, 초·중·고 교사, 5.18관련단체 등 남구의 주민들로 위원회 구성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평화의 소녀상이 왜 양림동에 세워지는지에 대해선 “양림동에는 광주 3.1운동을 이끌었던 ‘수피아여고’가 있고 1970~1980년대에는 호남 독립운동의 거점지로 광주 NGO 운동의 출발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광주정신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광주정신길 코스’ 등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그 역사적 흔적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며 “광주 남구 양림동 팽귄마을 앞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져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이남 작가는 “후대가 과거를 볼 수 있게 보존할 필요가 있다”며 “광주 양림동이 갖고 있는 컨텐츠를 개발해 많은 사람이 역사의 발자취를 따라 찾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해서 과거의 역사를 지워버리는 무분별한 개발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이남 작가가 제작한 ‘소녀상’은 작가적 상상력이 아닌 현재 생존해 있는 서울 나눔의 집 이옥선(92) 할머니 모습과 소녀시절 할머니의 모습, 2개의 닮은 꼴 소녀상이 과거와 현재를 공존하며 우리의 어두운 역사를 돌아보는 공간성을 확장했다. 그러면서 “꽃다운 나이에 영문도 모른 체 일본군에 의해 끌려가 여성으로서 온갖 수치를 당했을 할머니의 고통은 가슴속에 박혀 도저히 치유되지 않는 상처”라며 “일본은 대한민국과 세계에 사과의 메시지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옥선 할머니와 꼭 닮은 꼴로 제작한 2개의 소녀상을 통해 “과거 위안부 할머니의 고통과 아픔을 공감하고 할머니의 표정에서 소녀의 미래를 재발견 할 수 있게 했다”며 소녀상 제작 의의를 설명했다.

이이남 작가에 따르면, 기존의 주요 장소에 세워진 ‘소녀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의 작품을 구상했다. 특히 이옥선 할머니의 빛바랜 사진 속에서 여리고 꿈 많았던 시절,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로 끌려가 억울하게 삶을 살았을 할머니의 고통을 고스란히 담았다.

또 소녀상 손등에는 나비를 새겨 엘이디(LED) 조명을 넣어 밤에도 보일 수 있도록 해 역사적인 사실성과 영원성을 나타냈다. 특히 “일본으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기까지는 계속해서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지는 평화의 운동은 이어져야 한다”며 “인권과 평화를 존중하는 시대의 요구를 일본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동판 주물제작에 앞서 진흙으로 만든 할머니 소녀상이 단정한 단발머리의 어린 소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모습을 기자에게 보이면서 “아픈 역사지만 후 세대에 교훈이 될 수 있도록 학교 교정에도 많이 세워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작가는 “남구민의 소중하고 귀한 마음들이 모여서 제작되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소녀상을 탄생시키기 위한 남구민의 정성이 이번 소녀상을 건립했다”며 “후손들에게 산 교육의 현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커뮤니티 아트를 실현해 가는 작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 이이남 작가는 강원도 평창동계올림픽 문화행사 총감독을 맡아 큐브 전시를 하기 위해 분주한 가운데 최근 2019년 광주세계수영대회 미디어아트 총감독으로 선정되어 헝가리 부다페스트 수영대회 폐막식에 참석했다.

이이남 작가는 전남 담양 출신으로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조선대학교 일반대학원 미술학 박사를 마치고 2008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영상 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미술계의 ‘학구파’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지난 2008년부터 2013년 삼성전자 전속작가로도 활동하는 등 G20 서울정상회의 선정작가, 한국유네스코위원 홍보대사 등 국·내 외 굵직한 국제행사 미술 총감독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또 벨기에·중국·카타르·뉴욕·싱가포르·파리 등 세계 곳곳에서 40회의 개인전을 하는 등 2017년 제3회 난징 국제 아트 페스티벌에서 우수작가상을 받은 바 있다.

▲ 이이남 작가가 이옥선 위안부 할머니의 모습과 소녀시절 할머니의 모습을 제작한 소녀상.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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