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자정 무렵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을 동해상으로 발사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북한의 조선중앙TV가 편집한 공개 영상에 따르면 이번 이동식 거치대를 이용해 시험발사한 화성-14형은 지난 5월 14일 발사한 화성-12형보다 사거리가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정보 당국에서는 북한의 미사일이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면 1만㎞를 날아갈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러시아 정보 당국에서는 거리상 1만 400㎞에 이를 것으로 보도한 바 있다.

단순 사거리만 본다면 북한에서 쏘는 미사일이 미국 본토 진입은 무난한 것으로 복수 국가의 정보통들이 분석하고 있다. 북한 무평리에서 미국 워싱턴DC까지 거리가 1만 800여㎞인 점을 고려한다면 이론적으로는 로스앤젤레스(LA), 시카고는 물론 뉴욕까지도 사정권 안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 직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것이 뚜렷이 입증됐다”는 말을 조선중앙통신이 전한 점을 보더라도 북한의 도발 의지가 드러난 만큼 미국의 강한 대북 대응이 충분히 예상되고도 남는다.

계속되는 북한 도발에 UN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 우방국의 강력한 대응 모색은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한반도 평화가 위협받는 현실에서 직접 당사자국인 한국의 대북 전략도 변환점의 위기를 맞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대북 압박’과 ‘대화’라는 투트랙 방향을 정하고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우리 정부의 성의 있는 남북회담 제의 등에 북한은 미사일 추가 발사로 찬물을 끼얹고, 스스로 국제적 고립국을 자처하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니 그동안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감내해온 정부의 대북 전략은 임계점에 다다른 것이다.

29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에서 결정된 사드 발사대 4기 임시 추가 배치 등 대책은 불가피한 조치다. 또 위급 상황에 즉각 대처가 가능하도록 한미 미사일 협정 개정 등은 국가안보를 위한 현실적인 방도라 할 것이다. 대화를 포기한 채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대해 정부는 자위권의 강력한 대북 대응 수단을 갖추는 한편, 국제 공조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 사드 4기 추가 배치 등 한국 정부의 당연한 조치에 대해 중국이 반발하고 나선 점은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는 한·미·일 협력은 당연하고 중국·러시아 등 북한을 동조하는 강대국과의 국면 전환에도 노력을 기울여 현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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