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내연녀의 다섯살 아들을 잔인하게 상습 폭행해 실명까지 이르게 한 가해자에게 법원이 아동학대 최고 형량인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2014년 아동학대 처벌에 관한 특례법 시행 후 중상해죄로는 가장 무거운 판결이다. 법원은 엄마 최모씨에게도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그간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과 법원의 양형은 상당한 괴리가 있던 터라 이번 판결 소식을 접한 국민들은 다소 안도하는 분위기다.

재판부에 따르면 가해자는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상습적으로 피해 아동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한쪽 안구적출과 실명, 간 손상, 담도관 파열, 팔다리가 꺾여 골절상까지 입은 아이는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할 상황이다. 재판부는 “과거 수준의 처벌로는 아동학대 범죄를 근절하기 부족했다”고 중형 선고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가 살인미수죄를 적용하지 않은 점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이 제시한 자료에 의하면 간이나 담낭도 조금만 더 손상을 입었다면 바로 사망했을 만큼 폭행 정도가 흉포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경찰이 지난해 첫 신고를 받았을 때만이라도 제대로 조사했다면 아이의 실명까지는 막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위를 분노케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피해 아동의 상해를 진단한 병원에서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했고, 광주동부서에서 목포서에 수사 요청을 했으나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아동보호기관에서 아동학대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는 게 이유였다.

이번 사건은 유명무실한 아동학대 예방시스템과 아동학대에 대한 경찰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관계자들이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건, 부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아동학대 신고 접수 후 과학적이고 타당한 조사 없이 담당자들이 가해자의 말만 듣고 방치해도 별문제가 안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밖에 아동학대범에 대한 양형이 지역이나 판사에 따라 달라지는 등 일관성이 없는 것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형식적인 아동학대 예방시스템을 점검·보완하는 계기로 삼아 접수 단계부터 경찰 동행은 물론 과학적이고 타당한 조사가 병행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별도로 아동학대 정도에 따라 일관된 처벌이 내려질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점검해야 한다. 모든 정책은 예방이 최선이며, 생명이 달린 문제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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