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 사유 `연령상 관계'..공개 발표 극히 이례적
`중대 과오' 분석도

(서울=연합뉴스) 북한이 국방위원회 위원 겸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인 김일철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회 결정 제06호에 따라 김일철이 연령상 관계(80살)로 국방위원회 위원, 인민무력부 1부부장의 직무에서 해임되었다"고 전했다.

13일 발표된 국방위원회 결정의 제목도 `김일철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할 데 대한 결정'으로 돼 있다.

북한이 고령을 이유로 이 정도 고위급 인사의 모든 직책을 거두고 그 사실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일철은 1982년 6월 해군사령관에 임명된 뒤 10년만에 그 자리에서 대장(1992.4)으로 승진했고, 차수(1997.4)를 달면서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에 기용됐다. 그 이듬해인 98년 9월 `김정일 체제 1기' 출범과 함께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겸 인민무력부장에 올라 작년 2월 김영춘에게 넘겨줄 때까지 만 11년간 인민무력부장을 지냈다.

1982년 제7기부터 작년 제12기까지 내리 6차례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남한의 국회의원)으로 선출된 그는 2000년 9월 남북 국방장관 회담 참석차 남한을 방문하면서부터 대외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3년 9월 `제11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국방위 부위원장 자리를 내놓고 대신 국방위 위원에 임명됐으며, 작년 2월에는 인민무력부장에서 밀려나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김일철의 동정이 북한언론에 가장 최근 보도된 것은 4월30일 김중린 노동당 중앙위 비서의 장례식에 참석했을 때이다.

김일철의 해임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북한 고위급 실세의 경우 보통 고령 때문에 해임되지 않고 사망시까지 직책을 유지하며, 설사 해임되더라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일은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북한의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만 봐도 조명록 제1부위원장은 82세에 건강도 좋지 않고, 3명의 부위원장도 모두 70∼80대며, 국방위원 전병호는 김일철보다 네 살이나 많은 84세다.

이런 배경에서 김일철의 해임이 `중대한 과오' 때문이 아닌가 하는 관측도 일부 제기된다.

김일성종합대학 교수 출신인 조명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개발협력센터 소장은 "인민무력부장에서 제1부부장으로 강등된데 따라 불평불만이 많았을 수 있다"면서 "성격이 외향적이고 달변이어서 말실수도 잦았던 김일철이 불평불만을 표출하다 해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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