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시 동구 염포산터널 입구 고가도로 고공농성에 들어갔던 전영수(42)씨와 이성호(47)씨가 극적인 합의점을 이루고 농성 107일 만인 26일 오후 높이 20여m 교각에서 내려왔다. 이들은 “아직 복직 못한 노동자들에게 대한 투쟁을 이어가겠다”며 투쟁을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복직 못한 동지위한 투쟁은 계속”

[천지일보 울산=김가현 기자] 울산 동구 염포산터널 입구 고가도로 고공농성에 들어갔던 전영수(42)씨와 이성호(47)씨가 극적인 합의점을 이루고 농성 107일 만인 26일 오후 높이 20여m 교각에서 내려왔다. 애타는 마음으로 가장 먼저 이들을 맞은 하창민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은 눈물을 훔쳤고 서로 부둥켜안고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는 고공농성 중인 이씨와 전씨를 비롯한 현대미포조선 사내하청업체 동양산업개발의 폐업으로 고용승계에서 배제된 조합원 4명을 오는 9월까지 복직을 합의했다.

전영수씨는 인사말에서 마이크를 잡은 손이 떨렸다. 전씨는 그간의 마음을 누르며 “농성 기간 동안 밤낮으로 지켜주시고 응원해주신 동지들 덕분에 무사히 내려올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전씨는 “그러나 온전히 복직하지 못한 동지들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다”며 “자본에 맞서 끝까지 싸워 함께 승리하자”고 힘차게 외쳤다.

이성호씨 역시 “이렇게 막상 내려와 위를 보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떨리는 입술을 눌렀다. 이씨는 “고공농성 동안 ‘다시는 이렇게 힘없이 쫓겨나지 않겠다’고 매일을 곱씹었다”며 “앞으로는 노동자들이 길에서 말고 집에서 잘 수 있도록 남은 고생도 함께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고공농성에 들어갔던 전영수(42)씨와 이성호(47)씨가 극적인 합의점을 이뤘다. 고공농성 107일 만인 26일 오후 높이 20여m 교각에서 내려와 지금껏 함께 지지해준 하청지회 노동자을 만나기 위해 길을 건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하창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장은 “107일 동안 가슴조린 두 노동자가 무사히 내려오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아직 끝나지 않은 구조조정에 맞서 땡볕에서 투쟁 중인 조합원들이 있고 우리는 현장에서 투쟁을 계속해야 한다”며 결의를 다졌다.

권오길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은 “오늘 교각에서 내려오는 두 동지들은 우리게 기쁨을 안겨줬고 노동자들의 절절함이 이룬 결과”라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그러나 온전한 승리는 아니며 하청노동자에 대한 블랙리스트 철폐와 구조조정 중단을 위해 단결 투쟁해 나가자”고 했다.

현대중공업하청지회는 지난해 7월부터 대량해고 구조조정 중단과 하청노조 조합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을 이어왔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업체의 폐업으로 가장 먼저 공용승계에서 배제된 조합원 2명은 지난주와 이번주 각각 다시 출입증이 발급돼 복직됐으며 현대중공업에서 쫓겨난 하청지회 해고자들은 오는 8월부터 순차적으로 복직할 예정이다.

▲ 고공농성 107일 만인 26일 오후 극적인 합의점을 이룬 전영수(42)씨와 이성호(47)씨가 고공농성을 해제한 가운데 이들을 지지하기 위해 성내삼거리에 모인 150여명의 현대중공업하청지회 노조원들이 “하청노동자에 대한 블랙리스트 철폐와 구조조정 중단을 위해 계속 투쟁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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