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함도 탄광 강제징용 피해자 김형석옹. (출처: MBC ‘PD수첩’ 캡처)

12시간 채굴 … 사망 기록 불확실
日, 여전히 강제동원 인정하지 않아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한번은 나도 바위가 떨어지는 바람에 죽을 뻔했지. 다행히 동료의 부축으로 살아났지.… 갱도 안에서 일하고, 위에서 내려주는 밥 먹고, 다시 일하고 반복했어. 밥이라고 해도 콩깻묵 한 덩어리가 전부였고, 탄가루가 다 묻어 있었지.… 그거 먹고 콘크리트 바닥에 누워서 자고 다시 일어나서 일하고 말 그대도 지옥 같았지. 온몸에서 쥐가 나고 사방에서 고성이 오가고 난리였어.” -6105번으로 불렸던 군함도 강제노역 생존자 최장섭옹 증언 中-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항에서 남서쪽으로 18㎞ 떨어진 곳에 군함도가 있다. 원래 이름은 하시마이지만 일본의 해상군함 ‘도사’를 닮아 군함도라고 불린다. 군함도는 남북으로 480m, 동서로 160m, 축구장 2개만한 크기의 인공 섬으로 섬 전체가 탄광이며 갱도는 해저 1000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세기 후반 미쓰비시 그룹이 석탄을 채굴하기 위해 이곳을 개발, 탄광 사업을 하며 큰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1950~60년대 일본 석탄 업계가 침체하면서 서서히 몰락해 1974년 폐광됐고 현재 무인도로 남아 있다.

군함도는 태평양 전쟁 이후 1940년부터 1945년까지 많은 조선인이 강제 노역당한 곳이다. 국무총리 산하 기관인 ‘대일항쟁기 강제 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 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의 ‘사망 기록을 통해 본 하시마(端島) 탄광 강제 동원 조선인 사망자 피해 실태 기초 조사(2012)’에 따르면 1943~1945년 사이 800여명의 조선인이 이곳에 노역돼 강제 노역을 했다.

▲ 남북으로 480m, 동서로 160m, 축구장 2개만한 크기의 인공 섬 군함도. (제공: 서경덕 성신여대 교양학부 교수 연구팀) ⓒ천지일보(뉴스천지)

당시 군함도는 가스 폭발 사고에 노출돼 있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좁고 위험한 곳이어서 ‘지옥섬’ 또는 ‘감옥섬’이라 불렸다. 강제 노역된 조선인은 하루 12시간 동안 채굴 작업에 동원됐다. 강제 노역된 조선인 중 질병, 영양실조, 익사 등으로 숨진 조선인만 20%(122명)에 이른다. 이는 남아있는 기록일 뿐 얼마나 많은 조선인이 하시마섬에 갇혔고, 사망했는지 정확한 숫자는 파악할 수 없다.

한편 지난 2015년 7월 5일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의에서 일본이 신청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철강, 조선, 탄광’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최종 등재됐다. 이 유산에 조선인 5만 7900여명이 강제 동원됐던 하시마 탄광, 나가사키 조선소 등 7개 시설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됐다.

당시 우리 정부는 “조선인 강제동원이라는 역사를 명시하지 않은 채 세계유산으로 지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했고, 이에 유네스코의 자문기관이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고 일본에 권고했다. 그러나 일본 측은 현재까지도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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