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군함도’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초반 갱도신, 일본 만행 보여줘
시종일관 대조되는 신나는 음악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최근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개봉 전부터 영화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역사를 다룬 영화라는 면에서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평과 군함도의 진실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평이다. 여기에 보조출연자 처우 논란도 일어 시끄러웠다.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영화는 재미를 따지기 어려운 영화다. 팝콘을 먹으면서 보는 즐겁고 신나는 영화는 아니다. ‘군함도’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슴 아파할 강제 노역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모티브로 한 픽션이다. 영화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군함도에 강제 노역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945년 일제 강점기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 분)’과 그의 딸 ‘소희(김수안 분)’,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칠성(소지섭 분)’, 일제 치하에 온갖 고초를 겪어온 ‘말년(이정현 분)’ 등 조선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군함도에 모인다. 그들이 도착한 군함도는 일본이 조선인들을 강제 노역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지옥섬이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온 조선인들은 일본 군사들의 매질에 검문을 거쳐 옷을 홀딱 벗고 하얀 가루로 소독 당한다. 숙소라고 들어간 방의 바닥은 젖어 있고, 밥에선 벌레가 나온다.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내던 조선인들은 그저 살기 위해 버틴다.

전쟁의 막바지 일본 전역에 미국 폭격이 시작되고 일본은 군함도에서 조선인들에게 저지른 모든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조선인들을 갱도에 가둔 채 폭파하려고 한다. 이를 눈치 챈 조선인들은 군함도를 빠져나려고 계획을 짠다.

▲ 영화 ‘군함도’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강제 노역된 조선인들이 지하 1000m 갱도로 일하러 내려가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빼빼 마른 조선인들은 45도가 넘는 열기 때문에 팬티 한 장만 걸친 채 좁은 굴에 들어가 석탄을 채굴한다. 온몸을 뒤덮은 석탄가루는 치아까지 시커멓게 만든다.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좁은 통로로 구성된 개미굴은 주로 몸집이 작은 10대 조선인 소년들이 동원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스 폭발 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조선인들의 상황을 보고 있노라 하면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게다가 여자는 일본군 ‘위안부’ 수용소로 보내진다.

영화는 초반 갱도 신을 통해 군함도에서 일본의 만행을 한번에 보여준다. 안 그래도 어두운 갱도를 흑백영상으로 표현해 더 숨 막히게 한다. 이로 인해 러닝타임 내내 관객도 군함도에 갇힌다.

초반엔 시종일관 이 같은 상황과 대조되는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일본군은 “너희 조선인들을 과소평가하지 않는다”는 위선 가득한 말로 조선인들을 휘두른다.

▲ 영화 ‘군함도’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혼란의 시기인 만큼 조선인과 일본인 모두 선과 악에서 외줄타기를 한다. 깡패 칠성은 조선인 노역자를 관리하는 노무계원이 되려하고, 강옥은 자신의 딸과 함께 군함도를 벗어나기 위해 일본 군인들에게 아부를 서슴지 않는다. 소희는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일본군 간부 앞에서 춤을 춘다. 실제 증언과 자료에서도 나쁜 일본인과 착한 조선인만 존재하진 않았다. 그렇다고 이들을 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들은 단지 살고 싶었을 뿐이다.

영화 시작 전 자막을 통해 말하듯 소재는 군함도지만 역사 고발 영화는 아니다. 역사적인 고증은 거쳤지만 등장인물들은 만들어낸 허구의 캐릭터다. 류승완 감독도 “군함도 역사를 알린다는 것이 목적 중 하나였지만 제가 영화를 제작하려고 했던 첫번째 이유는 순수하게 군함도라는 섬 안에서 일어나는 벌어질 법한 이야기들이 저를 자극했다”며 “역사를 알려야겠다는 의무감·책임감이 생긴 것은 작업 과정 중에 더 생겼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류승완 감독은 영화를 통해 강제 노역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일본에 간접적으로 복수하는 듯하다. 조선인들을 폭행하고 진두지휘하는 친일파 조선인과 일본군 간부를 잔인하게 처단한다. 비극적인 역사를 깨끗이 청산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6개월간 시공을 거쳐 제작된 군함도 재현 대형 세트가 인상적이다. 제작진은 자료로 남아 있지 않은 세부 공간을 영화적 설정과 콘셉트를 더해 세트를 제작했다. 군함도의 상징인 지옥계단을 비롯해, 일본인과 조선인 계층의 극명한 차이가 드러나는 거주구역, 선착장과 학교 운동장 등 제작진은 섬세하게 구현했다.

▲ 영화 ‘군함도’ 스틸. (제공: CJ엔터테인먼트)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 초호화 캐스팅은 존재만으로도 즐겁다. 배우들은 후반부 예측되는 감정 신을 열연으로 이끈다. 하지만 너무나도 많은 캐릭터와 그들의 사연에 부산스러운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배우 송중기에게선 드라마 ‘태양의 후예’ 유시진 대위의 향기가 난다.

역사의 무게감 때문일까. 전체적으로 류승완 감독만의 화끈하고 재밌는 색깔은 부족해 아쉽다. 반면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감독의 의도는 성공한 듯하다. 영화는 또 하나의 역사기록 수단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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