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0일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날이다. 이유인즉 최순실 국정농단을 탄생시킨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으로 인한 날선 공방과 탄핵 나아가 촛불과 태극기 그리고 구속에 이르기까지 지루하게 이어져온 국정공백이 끝나고, 국민에 의해 ‘문재인 정부’라는 새 정부가 출범한 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나면서 장마에 쑥대밭이 된 세간을 정리하며 안정을 찾아가듯, 국정농단에 흐트러졌던 국가 기능이 하나씩 제자리로 돌아와 제 기능을 회복해 가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통령으로 당선과 동시에 소통과 통합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고집과 불통’의 정치에 식상한 국민들을 배려하고 위로라도 하듯, 국민 곁으로 다가와 ‘열린 정치’를 펼치므로 국민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는 의식 있는 국민들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뭘까. 한 예로, 대선 기간 “정치를 바꾸자”와 “정권을 바꾸자”는 두 가지 정치논리가 급부상하며 논쟁이 가열된 적이 있었다. 이 때 문재인 후보 진영이 주장한 논리가 ‘정치’가 아닌 “정권을 바꾸자”였으며, 이는 정권을 넘어 ‘적폐’가 되니 곧 ‘청산’의 대상이라는 극단적 주장과 논리라는 데서다.

정치를 바꾸자는 측은 일제 식민지와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인해 잿더미 속에서 시작된 근현대사는 급조되고 불완전하고 미숙한 민주주의 형태를 갖출 수밖에 없었으니, 그동안의 과오를 거울삼아 제도와 정치를 하나하나 바꾸고 정비해 나갈 때 발전된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는 취지에서였을 것이다. 이 같은 주장과 논리는 ‘숲을 보고 나무를 보자’는 말과 같이, 국정농단과 같은 과오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크게 볼 때는 우리 모두의 책임일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둔 논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 진영에서는 지나온 모든 과정 속에서 누적된 과오는 적폐(積弊, 오랫동안 쌓여온 폐단)가 돼 청산해야 할 대상이라는 논리다. 이러한 논리와 주장은 얼핏 보면 정의로워 보이겠지만 위험한 생각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반면교사(反面敎師)’라는 말처럼, 잘못된 지난 역사가 있기에 나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진리를 외면한 지극히 자의적이며 극단적인 논리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국민의 지지와 인기를 의식하는 정치는 예기치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으며, 진정한 지도자와 정부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지지 이전에 분명한 국정 철학이 전제돼야 하며, 나아가 이를 이룰 수 있는 전략과 소신과 실력과 능력과 리더십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때, 이를 만회하고자 할 때 바로 국민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눈치를 보게 되며, 나아가 갈팡질팡하는 보이기식 정책으로 이어지며, 이는 불 보듯 훤한 결과를 초래하며 민심은 이반(離反)돼 갈 것이다.

이는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우리에게 준 교훈이기도 하다. 차이가 있다면, 그는 자신의 부족한 정치 역량을 국민의 지지로 대신 하고자 한 것도 아니며, 아예 드러내지 않기 위해 숨어서 대리인을 세웠으니 국정은 설상가상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불어 닥친 인사의 난맥상, 각국 정상회담을 통해 얻은 성과라며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무엇을 얻었는지는 막연하다. 성급한 외교 전략으로 인한 대북, 대미, 대중, 대일 등 주변국들과의 엇박자, 특히 밑도 끝도 없는 막연한 대북전략과 관계, 한미 군사동맹과 FTA의 애매한 설정과 관계, 청와대 캐비넷 문건 공개와 의혹, 부자 증세 논란 등 일련의 사안들은 참으로 이 정부를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해 보인다.

중요한 것은 대선 공약과 현실 정치의 갭에서 오는 방황 속에서도 적폐청산이라는 과거 정부 지우기는 더 강력해 보인다. 과거 정부의 잘못은 국민들이 오히려 더 잘 알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부관참시(剖棺斬屍)라 했듯이, 죽인 후에도 더 큰 죄를 찾아 또 죽여야 하는 이유는 뭘까 하는 생각을 국민들로 하여금 서서히 하게 한다. 웃음 뒤에 숨은 독선과 독재라는 말이 서서히 고개를 들게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오직 나라와 국민을 위한 정부가 돼 주기를 바라는 국민의 정부가 돼야 한다. 지지하는 세력의 정부가 돼서도 안되며, 국민들의 지지도를 믿고 소통과 의논이 배제된 독단의 정부가 돼서도 안된다. 보이기식 소통이 아니라 정책의 소통이 돼야 하며, 인기위주의 단발성 정책이 아닌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책의 영속성(永續性)을 가진 정부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진실한 정부가 되기 위해선 여론몰이와 언론을 통한 선전과 선동정치는 국민들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역대 정권들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거듭 밝히지만 국가 경영은 예행연습이 없는 현실이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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