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고용, 노사 부문 등에서 끊임없이 불협화음이 제기돼온 가운데 최근에는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두고 중단·재개 여부 의견이 첨예하게 갈라지고 있다. 이 문제의 발단은 지난 5월 착공에 들어간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지역 반경 40㎞ 이내에 최근 지진이 발생한 양산단층과 울산 단층 등 주요 지진단층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다. 가뜩이나 경주지진 이후 집단 원전지역인 양산 지역주민들의 불안이 증폭된 상태다.

그러한 시기에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려는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불을 지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고리 원전 5·6호기 원전 중단 의견을 내놓았고,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어 공사 일시 중단을 의결했다. 이로 인해 한수원 노조 등 공사 중지 반대 세력들이 법적 대응을 했고, 정치권에서도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중단될 수 있느냐며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사회적 갈등이 계속되자 정부에서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공론화 과정을 거쳐 10월 21일 이전에 결론을 도출할 계획이다.

신고리 5·6호기 진퇴 문제는 공론화위원회에 달려 있다. 하지만 여론에 의해 국가에너지정책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다. 공사 중단 결정과 관련해 공론화 과정이 없었으니 위원회가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선행돼야 할 점은 정부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재점검이다. 현재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에서 원전이 전체발전량 중 차지하는 비율은 31.73%다. 우리나라보다 원전 의존율에서 높은 국가는 프랑스 한 나라밖에 없고, 신재생에너지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일본의 원전 점유율이 0.52%에 불과한 점에 비춰보면, 원전 의존도가 지나친 면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펼치려면 과거 정부에서 유지해온 원전 중심의 에너지 계획을 재점검해봐야 한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전기를 많이 쓸 것이라는 예측에서 신규 원전 설립 계획을 세웠지만 2014~2015 전력 수요 증가율 감소로 예상이 완전 빗나가고 있는 상태에서 2014년 제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에 포함된 원전 신규 건설 목표 등에 대해 정밀 점검은 반드시 필요하다. 에너지정책 재결정이 우선이고 그 결과에 따라 신고리 원전 5·6호기 운명 결정 등 원전 정책이 나와야 한다. 개별적 사안에 대한 판단도 좋겠지만 전체 상황에 비쳐서 관련된 현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바림직하고 합리적인 실체적·절차적 정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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