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문재인 대통령이 7월 19일 새 정부 국가운영의 청사진인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국민의 목소리와 각 부처 의견을 수렴해 만든 새 정부의 향후 5년간 국정운영 계획은 5대 국정목표와 20대 국정전략, 100대 과제를 담고 있다. 국정목표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정부, 더불어 잘사는 경제, 삶을 책임지는 국가,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정착으로 정한 것은 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자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특권과 반칙, 차별이 없는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고 국민의 삶을 책임지겠다는 100대 국정과제와 함께 이를 구체화할 487개 실천과제와 4대 복합·혁신과제도 함께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향하는 설계도와 나침반이 될 것”이라면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새 정부가 제시한 국정운영 방침이 계획대로 이행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모든 정책과제는 입법으로 실행의 근거를 마련하고 재원도 마련해야만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정치 상황은 여소야대의 국회로 녹록지 않다. 이런 점에서 최근의 인사청문회,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의 일방통행식의 조치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협치와 통합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먼저 입법화하는 것도 난제다. 487개 세부 실천과제 가운데 66%인 321개가 국회 입법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현재도 탈 원전, 비정규직 해소, 최저임금 인상 등 많은 정책에서 여·야 간 혹은 당사자 간 의견과 이해가 다르고 사회적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충돌이 예상된다. 여·야는 물론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을 잘 조절해 가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필요하면 야당에게도 일정 명분을 주고 피해자에게 보상책을 제공하면서 설득하는 유연한 대응 자세와 전략이 필요하다.

다음은 재원 문제이다.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위해 필요 재원이 178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세수 충당 60조원, 재정지출 절감 60조원, 기금 활용 35조원, 비과세 및 조세감면 11조원, 탈루소득 과세 강화 5조원 등을 재원 대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확정된 예산은 아니다. 재정지출 절감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재정의 상당 부분은 임금 등 경직성 예산이다. 최근 호조세를 보이는 세수실적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경기회복세 지연, 물가상승 등 변수를 감안하지 않았다. 경제가 성장하면 물가상승, 인건비 상승 등이 연계되면서 기존 사업의 지출규모도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60조원이 더 걷힌다 하더라도 부족하다.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실한 재원 대책을 보강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다른 정책과 충돌하거나 시장경제원리에 역행할 때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최저임금 인상, 탈 원전, 해고요건 강화 등은 현 정부의 최우선 정책 과제인 일자리 창출 대책과는 충돌한다. 한 손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다른 손으로 일자리를 없애는 우를 범해선 안 될 일이다. 통신비 인하, 이자 상한선 인하, 등록금 규제 등의 가격통제는 시장경제원리에 부합하지 않고 그 후유증만 나타날 수 있다. 정부는 무엇보다 정책 수립과정에서 해당 정책의 오류와 다른 정책과의 갈등이 없도록 해야 한다. 끊임없이 토론해서 반대의견을 설득하고 타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따라서 정책과제 간 충돌과 부작용을 조율하고 조정할 컨트롤 타워가 꼭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모든 선거공약과 국정과제를 동시에 추진해 임기 내에 마치겠다는 지나친 과욕을 부려서는 안 된다. 국정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한 뒤 순차적으로 집중해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역대 정권들이 정권초기에 개혁을 한다며 논란과 갈등만 증폭시키고 흐지부지한 사례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문 대통령의 5년 임기 동안의 청사진인 국정과제가 제대로 실현 가능하도록 과감하게 정책과제 축소도 검토해야 한다. 국정운영도 5년 동안 할 수 있는 일과 먼저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정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임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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