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태 중국 북경화지아대학교 교수

 

세계화 시대임에도 민족 간 생각과 문화에는 여전히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와 같은 점 때문에 세계화 지수가 높다고 하더라도 무모한 행동을 자제해야 하며 깊게 생각해야 하고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과 문화의 후진성을 면치 못할 뿐만 아니라, 자칫 오해를 불러 올 수도 있다.

생각과 행동의 탈바꿈이 필요하다 하겠다. 이는 자문화중심이 아닌 상대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함에 그 의의가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경우, 자연스럽게 생각과 문화 간의 차이가 줄어들 것은 틀림없다. 그 결과 서로 간의 의미를 공유하는 것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다. 하지만 개인차가 있듯, 생각과 문화 간 차이가 사라지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문화를 형성해 가는 나라가 점점 증가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선물 문화에도 변화가 일어 과거 양상과는 사뭇 다름을 느낀다. 이는 의식의 차이, 풍습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데, 아직도 자기중심적 또는 자국문화 중심주의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하면, 상대 문화를 흡수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고 있다. 선물은 무엇보다도 정성이 담겨져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받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는 경우가 있다. 다문화 국가인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닌데, 최근 친구 사이라도 선물을 받는 것 자체를 꺼려하기도 한다. 왜 그런가. 선물은 주고받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아무리 친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개인이 가진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힌두교도인 친구에게 소고기로 만든 식품을 선물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당히 당황해 함은 물론, 정중하게 거절할 것이다. 그들에게 소의 존재는 힌두신이 타는 위대한 동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그들은 소고기를 먹지 않는다. 최근 선물을 할 때 문화적 요소, 개인 성향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다행스런 일이다.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판단된다.

이번엔 식사 풍습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보자. 인도사람들이 주식으로 불리는 ‘탈리’를 먹을 때나 이슬람교도들이 음식을 먹을 때 손으로 집어 먹는 경우가 있다. 이를 두고 그동안 우리는 불결하다고 생각해 왔다. 상대 문화를 알지 못한 소치로 우리 문화만을 기준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우리에겐 세계화 의식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었다. 이제 그들의 위생관념이 우리와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 줘야 한다. 포크나 수저 같은 도구를 깨끗이 사용한다고 해서 위생적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비위생적일 수 있다. 손으로 음식을 먹는 그들의 관념은 도구를 다른 사람과 같이 사용한다는 것에 대해 대단히 비위생적이라고 본다. 과연 그런가. 사실 도구를 통해 보이지 않은 각종 바이러스나 질병들이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 그런 면에서 손을 사용하는 것이 그 어떤 도구보다도 위생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하겠다.

최근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한국 라면 수입허가를 취소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근본적인 이유는 라면 성분 가운데 돼지의 DNA와 같은 성분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슬람교도들은 돼지고기나 돼지고기 성분, 술 성분이 포함돼 있는 음식은 안 먹는다. 종교적 정서에다가 돼지고기를 불결하다고 취급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각과 문화 기준을 다른 국가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된다. 차이가 있는 한 심모원려(深謀遠慮)한 전략을 강구해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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