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봉 대중문화평론가

필자의 결혼한 20대 후반의 호주 친구는 뉴스로 전해지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접하며 참 “불쌍하다”고 표현한다. 호주 친구는 20대 후반의 여성으로 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 호주 애들레이드에 살고 있는 여성이다. 호주인들은 학원이라는 단어를 잘 이해도 못할 뿐더러, 왜 그렇게 힘들게 아이들을 푸쉬하냐고 안타까워한다.

대한민국 매월 평균 학원비는 자녀의 학년층에 따라 달라지지만, 평균 100만원을 웃돈다. 대치동의 경우는 더블 이상이다. 제천에 살고 있는 최모씨는 기러기 아빠다. 아내와 큰 아들은 입시를 위해 서울로 유학을 보냈다. 딸과 살고 있는 최씨는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대리운전, 그것도 모자라 식당에서 서빙까지 하며 아들과 딸의 학원비를 지원하고 있다.

아내는 남편의 고생과 노고를 아는지 모르는지, 학원 2개를 더 보내야 인서울 최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며 남편을 심하게 푸쉬한다. 남편은 이런 아내에게 소리친다. “나는 돈 버는 기계가 아니야.”

최씨의 경우, 큰 아들과 작은 딸의 학원비만 월 250만원이 든다. 최씨의 월급 240만원과 대리운전비, 식당일을 합하면 월수익은 400만원. 학원비, 생활비, 기타 잡비를 포함하면 저축은 꿈도 못꾼다.

한국사회에서 능력 없는 남편은 가장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이혼감이다. 배우자는 이런 능력 없는 남편을 비꼬며 연봉 높은 친구 남편과 비교하거나, 자식들도 당신처럼 찌질하게 되길 바라냐고 조롱 섞인 말로 남편에게 상처를 준다. 대한민국에서 돈 못 버는 남편은 어느 누구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루저’로 전락한다.

아이의 성적은 아빠 수입에 비례한다는 말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들에게 각인돼 왔다. 자식 공부를 위해서라면 자존심 다 버리고, 허드렛일 하는 대한민국 보통 남편들은 축 늘어진 어깨를 기댈 곳이 필요하다.

오로지 돈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대한민국. 돈으로 남편을 평가하는 대한민국 주부들. 능력 없는 아빠를 ‘흙수저’ 가장이라고 비하하는 자녀들. 특히 50세 나이를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 지천명(知天命)이다. 공자(BC 551~479년)가 쉰 나이에 천명을 알았다는 데서 유래한 것으로, 나이 쉰에 하늘의 이치를 깨달은 공자는 51세에 처음 벼슬을 했다.

지금 대한민국 50대 남자들은 중간에 ‘낀세대’로 자녀들에게 교육 투자하고 빚 갚고 부모 부양하다 보면 남는 게 없다. 지금의 50대는 부모 부양의 책임을 지는 마지막 세대이면서, 자신의 노후는 자식에게 맡기기 힘든 첫 세대가 돼버렸다.

직장 생활 은퇴도 빨라져, 은퇴 이후 20~30년간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세대이면서 미래가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삶의 만족도는 말할 것도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저다.

이제는 서로 이해할 때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치고 돈돈거리는 대한민국 현실에서, 최소 자신의 가족에게 깊은 상처와 고통을 주고 싶지 않다면, 축 늘어진 어깨를 달고 사는 당신의 남편에게 힘이 되는 한마디를 하면 된다. 남자는 단순하다. 그 힘이 되는 한마디로 1년을 버틸 수 있다.

사회적으로도 40대, 50대 남성 취업자가 급감하고 있다. 40, 50대 남성은 가정을 꾸리고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인 경우가 많아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진지한 원인 진단 및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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