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제8회 할랄비즈 중소기업 포럼’을 진행한 가운데 장건 한국할랄산업연구원장이 ‘세계 주요국 할랄 시장 진출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 중소기업중앙회)

내달 ‘할랄산업엑스포코리아 2017’ 앞두고 ‘할랄’ 반대
엑스포 기간 개신교 보수 측은 이슬람대책세미나 진행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무슬림들의 먹거리 시장을 공략하는 ‘할랄산업엑스포코리아 2017’이 내달 17~19일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인 가운데 개신교 보수진영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개신교계 언론에서는 반 이슬람 감정이 담긴 보도가 등장하고 있다.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 시장 약화로 최근 다시 부각되고 있는 할랄산업은 이미 수년 동안 개신교계 보수 진영과 마찰을 빚었지만, 기업들의 관심도는 줄지 않고 있다.

이번에 열리는 할랄산업엑스포는 ㈔한국할랄수출협회가 주최하며 국내에서는 최초로 열린다. 전시 품목은 식품, 식음료, 식품첨가물, 건강기능성식품, 화장품, 원료의약품, 패션의류, 관광상품, 할랄인증컨설팅, 취업 컨설팅 등 다양하다.

주최 측은 세계 할랄식품 시장이 2012년 1조 880억 달러 규모에서 2018년 1조 6260억 달러로 성장한 것으로 파악했다. 2010년 기준 무슬림 인구가 전 세계 23.4%이며 2030년에는 26.4%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무슬림 인구 중 약 60%가 30세 이하라는 통계를 토대로 “이슬람권은 가히 새롭게 떠오르는 시장”이라고 내다봤다.
 

▲ 할랄시장 분석. (출처: 할랄산업엑스포코리아 2017)

 

또 할랄산업엑스포 측은 할랄시장의 급속한 글로벌화 추세를 언급하며 한국에서의 할랄산업 육성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국이 ‘한-UAE’ ‘할랄식품 협력’ MOU 체결을 했고, 현재 할랄 식품 시장의 80%는 비무슬림 다국적 기업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주최 측은 2014년 기준, 할랄 관련 시장에 대한 한국 농식품 수출액을 약 6억 8000만 달러로 보고, 한류열풍과 2015년 발효될 한·아세안FTA를 고려해볼 때 약 2조 달러 규모의 시장 개척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번 엑스포에 대해서는 “국내 기업의 할랄시장 진출을 위해 개최하는 국내최초 할랄 전문 전시회로서의 국내외 할랄시장 트렌드와 산업 동향을 분석할 수 있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할랄산업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상당하다.

지난 20일에는 중소기업중앙회(회장 박성택)가 여의도 중기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세계 할랄시장 진출전략 및 할랄 인증’ 이라는 주제로 ‘제8회 할랄비즈(Halal-Biz) 중소기업 포럼’을 열었다.

할랄비즈 중소기업 포럼은 2015년 11월 출범해 중소기업들이 할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건의 추진을 위해 정부·유관기관·학계·연구계 등 5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이다. 이날 포럼에는 할랄시장에 관심 있는 중소기업 임직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윤여두 포럼 위원장은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수출이 위축된 상황에서 할랄시장이 수출활성화 및 다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 된다”며 “앞으로도, 많은 중소기업들이 할랄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들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할랄’이라는 단어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갖고 있는 개신교계 보수진영의 반발도 만만찮다. ‘할랄’은 이슬람율법(Shari′a)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총칭하는 용어로, 개신교 보수진영 내에서는 ‘할랄 허용 = 이슬람교 확산’이라는 등식을 갖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할랄산업’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때는 지난 2015년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중동 4개국을 방문한 후다. 정부는 할랄 식품 단지를 조성하고, 할랄 도축장, 할랄 산업 기반을 만드는 데 국가 재정으로 지원하고, 이를 통해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전망했다. 후속 조치로 전북 익산, 대구시, 제주도, 강원도에까지 할랄 식품산업을 육성하는 파크를 조성한다고 계획했다.
 

▲ 할랄산업엑스포코리아 2017 포스터 중 (출처: 할랄산업엑스포코리아 2017)

곧바로 개신교 보수진영을 주축으로 반대 시위가 이어졌다. 전국적으로 조직된 반대 시위로 할랄산업은 가로막혔고, 어지러운 탄핵 정국이 이어져 더 이상 진척을 이루지 못하고 주춤했다. 이후 개신교계 보수진영은 할랄사업을 ‘실패한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개신교계 보수진영은 최근 들어서는 ‘할랄산업’을 폐기해야 할 산업이라고 주장하며 더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한국교회언론회의 논평에는 보수진영의 논리가 잘 담겨 있다.

교회언론회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할랄 도축장을 선정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논평을 내고 “할랄산업은 특정종교를 끌어들이고, 그들 율법의 노예화를 가져 온다”고 비난했다. 또 할랄 도축장 선정을 막는 게 ‘적폐 청산’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을 ‘죽은 권력’이라 표현하며 “박근혜 정권에서 시작해 실패한 사업을 새 정부에서 다시 들고 나오는 게 국민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이들은 “할랄 산업에는 반드시 ‘이슬람교’라는 특정 종교가 따라 붙게 되어 있다”며 “이를 빌미로, 이슬람의 테러분자들이 손쉽게 한국에 들어오게 되면, 여러 가지 사회적 불안 요소를 떠안고 가게 된다”고 위협했다. 또 “우리 기업들이 ‘할랄 인증’을 받으려면, 이슬람의 율법을 따라야 하므로, 그들 율법의 노예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단정했다.

교회언론회는 문 대통령과 농식품부 장관을 향해 “즉시 ‘할랄 식품’에 대한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국민의 정서에 반하는 것이고, 특정종교를 지원하는 것이 되며, 적폐(積弊)를 쌓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는 할랄 산업 폐지를 요구하며 “불필요한 국민적 투쟁을 유발시키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란다”며 이후 반대 움직임이 있을 것도 암시했다.
 

▲ 이슬람대책세미나. (출처: 예장합동 홈페이지)

한국교회 내 이슬람교에 대한 반감은 자체 교육을 통해 확산하고 공고히 하는 분위기다. 개신교 내 가장 보수적인 교단으로 평가되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총회는 산하에 이슬람대책위원회를 두고 매년 정기적으로 ‘이슬람대책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할랄산업엑스포가 열리는 내달 17~18일에도 정기 세미나가 열린다. 이 세미나에서는 이슬람교의 성직자나 무슬림 초청해 입장을 듣는 프로그램은 없다. 선교사·목회자 등이 나와 이슬람에 대해서 교육하는데, 강의 제목은 ‘이슬람과 테러리즘’ ‘자스민 혁명 이후에 아랍권 선교에 대한 대안’ ‘무슬림 전도의 실제’ 등이다. 이는 개신교 보수진영이 이슬람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실제 이슬람교가 인정하는 내용은 아니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세미나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할랄산업’을 놓고 개신교 보수진영과 정부·지자체·중소기업 등과 평행구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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