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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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들을 비유하여 흔히 하는 말이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 같다’라는 표현일 것이다. ‘네이티브’란 말은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의미하며, 해당지역의 언어와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을 흔히 일컬어 회자되는 용어이다. 지역적으로 그리 넓지 않은 우리나라에서도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등 각 도의 특성에 맞는 언어와 관습이 존재하고 있으며, 어릴 적부터 이러한 것에 익숙한, 습관화된 사람들은 상호간 지역적 특성을 말하며 대화나 유머의 소재로 삼기도 한다. 최근 ‘디지털네이티브(Digital native)’란 용어가, 신/구세대 간 디지털 격차 혹은 간극을 의미하는 ‘디지털디바이드’란 용어를 넘어 사회적 용어로 자주 사용되고 있다. ‘디지털네이티브’는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말처럼 쉽고, 유연하게 다룬다는 의미로 미국의 마크 프렌스키가 2001년 ‘디지털 이미그런트’(Digital immigrants) 즉 ‘디지털이민자’라는 의미의 논문에서 최초로 사용한 용어이다.

그러나 이 용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일반적인 사회적 용어로 고착시킨 사람은 2009년 베스트셀러 히트를 기록한 ‘디지털네이티브’의 저자인 미국의 저명 경영컨설턴트이자 미래학자인 돈 탭스콧(Don Tapscott; 1947~ )이라 할 수 있다. 돈 탭스콧은 올해 초 출간한 동생 알렉스 탭스콧과의 공저인 ‘블록체인혁명’으로 국내에서는 오히려 더 유명하나, 실제 그의 명성을 전 세계적으로 알린 계기는 바로 위의 저서 출간이었으며, 저서의 제목 자체가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자 용어로 굳어지게 된 것이다.

돈 탭스콧은 본 저서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TV라는 미디어를 중심으로 로큰롤, 반전, 장발 등 저항운동을 주도했다면, 이들의 자녀인 ‘디지털네이티브(1980~1997년생)’는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는 신규 세대라고 규정지은 바 있다. 이들에게는 이들의 부모세대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임 캐릭터를 거액에 구매하고 SNS상에서 자신만을 드러낼 수 있는 개성화 하이이모티콘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유튜브를 통해서 최신 유행곡과 사회적 동향을 파악하는 등 자신들만의 고유한 방식을 거침없이 주장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의 구분 없이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접속해 때론 개방된 혹은 폐쇄된 그들만의 공간, 이른바 ‘소사이어티(Society)’를 조성하고, 이슈를 만들어 강력한 의견을 표하기도 한다.

전 세계에 걸쳐있는 IT 네트워크 기반 인터넷망을 통해 이들은 관심, 주제, 놀이, 연예 등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에 놀라운 열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표현하고 있으며, 이러한 디지털 활성화는 또 다른 류의 유행을 생성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마치 수레의 여러 개 바퀴중 하나가 움직이면 나머지도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자동 구동하는 양태와 유사하다 할 수 있다.

디지털변혁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 및 시도를 넘어 기업들은 디지털변혁이 기업의 생존 및 성장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임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더욱 민첩하고 보다 유연한 ‘디지털네이티브’ 방식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은 거시적 규모로 확산되면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즉 디지털 전환은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반으로 IT영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변화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실패한 경영사례로 늘 언급되고 학문적 케이스 스터디로 활용되는 ‘코닥’의 경영실패는 어디로부터 시작됐는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한 글로벌 초거대기업인 코닥은 전 세계적으로 몰아친 디지털혁명의 폭발적인 흐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강점인 필름의 디지털 적용에 관심을 두고 접근한 바, 100년 기업이 10년이 채 안되는 짧은 시간에 몰락의 위기에 처하게 됐다. 디지털혁명이란 흐름을 읽긴 했지만 자신들의 강점을 이러한 흐름에 접목해 기존처럼 지배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것이다. ‘디지털네이티브’는 일정한 양태의 흐름을 새롭게 본 안목에서 탄생한 용어이다. 이들의 흐름은 경제를 움직이는 축으로 작용할 것이며, 디지털로 무장한 이들 세대는 현대 사회를 움직이는 중심세력이 됐다. 또한 이들 세대 역시 조만간 그들의 아버지처럼 누군가의 부모가 될 것이다. 그들의 후예들은 또 어떠한 방식으로 사회를 움직여 나갈 것인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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