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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이내 손을 들고 말 것이라 생각되는 일이 생기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일이 꼬이거나 잘 풀리지 않을 때, 몇 번을 거듭해서 실패할 때 포기하게 된다. 이럴 때 손을 든다는 표현을 하게 된다. 더 이상 비전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일인 것 같아서 포기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포기하기가 두려워서 한참을 고민을 했지만. 이것을 포기하고 나면 더 이상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닐지, 머뭇대다가 결국 포기 못하게 되고 계속하던 일은 어려운 일로 말려들게 되는 것이다.

힘들어서 힘든 게 아니고 스스로 힘들게 만들어서 힘들어지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디자인도 쉽게 디자인 해오던 것을 버리지 못하면 자기 내면에 숨어 있는 진짜 모습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릴 수 있다.

하지만 내면의 작업을 통해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디자인과 같은 일들 중 쉬운 일은 없다.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내기도 힘들지만 그것이 쓸모 있는 것으로 인정까지 받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인 것 같다. 그 과정은 수많은 부딪힘의 연속이다. 오히려 포기하는 것과 헤쳐 나가는 것은 서로 다른 말이 아닌 것 같다. 지금까지 해오던 자신의 일상적인 일들을 포기해야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이제껏 해오던 일상에 빨리 손을 들고 빈손으로 새로운 것을 시작해야 새로운 어려움에 부딪히고 많은 고통이 따르고 새로운 포기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려움들을 헤쳐 나가야 새로운 것을 얻어 낼 것이다.

우리의 일상은 항상 밝을 수만은 없다. 물고기는 물속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물 밖으로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다. 나오는 순간 죽음에 직면하게 돼 있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일까? 일찌감치 자신의 본분을 알고 물 밖으로 나오는 것을 포기한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세상에 대한 더 이상의 욕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물속의 자유로운 유형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시작한다. 몸은 몸대로 마음은 마음대로 이것저것 자신의 생긴 모양이 자유자재로 생겨난다. 얼굴이 큰 것도 있고 몸집에 비해서 꼬리가 크고 화려한 것도 있다. 상대적으로 몸의 길이가 긴 몸집을 가진 물고기도 있을 것이다.

각각 자신의 욕망을 잘 표현이라도 하듯이 만들어진 것 같다. 그렇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는 모를 것이다. 누추하기 짝이 없는 그 어떤  것들이라도 자신의 모습이라면 아름답게 승화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오히려 자신만이 가지는 모습이 자신의 것이 되는 것이 최고의 덕목이 되지 않을까? 손을 들고 포기할 모습도 자신의 것이라면 기꺼이 자신의 자랑스러운 모습이 될 것이다.

마치 물고기가 자랑 삼아 장화를 신거나 사람 흉내를 내어 손 모양의 지느러미를 만들더라도 자신의 것이 된다면 그것만큼 새롭고 흥미로운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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