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17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文5대원칙·秋머리자르기 발언
野3당 보이콧 공동전선 구축
靑, 대리사과로 국회 정상화

[천지일보=이민환 기자] 문재인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이 여야 5당 간 치열한 공방 끝에 45일 만에 통과한 것은 ‘협치’의 어려움과 다당체제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제출한 11조 2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또 같은 달 12일 국회를 방문해 시정연설에서 지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한 국정 공백과 어려운 취업난을 국가 재난으로 규정하며 추경 통과를 호소했다.

추가 예산 집행이라는 특성상 신속히 통과시켜 재난을 극복하자는 의미와 달리 45일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추경안에 편성된 80억원 규모의 공무원 증원 안이 주된 원인이었다.

또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 내각의 인사청문 과정에서 나타난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자격을 문제 삼으며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그나마 더불어민주당과 같이 호남에 지지기반을 둔 국민의당은 문 대통령이 5대 비리 원천배제 원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보수 야당이 보이콧을 선언했을 때에도 인사청문과 추경을 분리해서 대응하며 추경 통과에 협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국민의당에서 밝힌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이 발목을 잡았다. 국민의당은 제보조작 사실이 드러나자 당내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조사에 착수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6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의당 진상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머리자르기’ 발언을 하자, 국민의당도 보이콧을 선언하며 야3당이 ‘보이콧 공동전선’을 구성해 정국이 꽁공 얼어붙었다.

이같이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자 민주당은 결국 단독으로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추경안을 상정했지만, 야당의 불참으로 물꼬가 트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13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민의당을 방문해 대리 사과로 국회 정상화에 이르렀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22일 야3당의 참석으로 겨우 정족수를 채운 국회 본회의에서는 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며 한동안 지체됐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것은 우리 미래세대에 너무 큰 부담으로 우리가 끝까지 반대했고 견지했다”면서 이날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민주당 의원들에 대해선 “이렇게 중요한 추경 처리 때 외국을 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민으로부터 비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추경안 가결 후 마무리 발언에서 이런 여야 간의 대립에 대해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국회가 너무 부끄러운 모습을 국민께 보였다”며 “승자는 없었다. 여당도 야당도 패자라고 본다. 반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