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파티마병원 약제부장으로 일한 수녀가 억대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대구파티마병원 전경, (출처: 네이트 로드뷰)

시민단체, 사과·진상규명 촉구 “꼬리 자르기 말라”
병원 “해당수녀 직위해제… 개인일탈 병원과 무관”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수녀회가 운영하는 대구파티마병원에서 약제부장으로 일한 수녀가 억대의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구속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천주교대구대교구유지재단이 운영한 대구시립희망원 비리 사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천주교 운영사업장에서 비리가 터져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노조와 시민사회단체가 최근 대구파티마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와 진상규명, 투명성 강화를 촉구하는 한편 법원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대구파티마병원은 불법 리베이트에 대해 꼬리 자르기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티마병원 약제부장을 지낸 수녀 A(67)씨는 2009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동아쏘시오홀딩스 자회사와 약품 구매 계약을 하면서 최대 30%까지 리베이트를 받는다는 이면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93차례에 걸쳐 매달 700만원씩 모두 6억 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A씨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구파티마병원 측은 수억대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을 병원 측과 무관한 약제부장 수녀의 개인 일탈 행위로 보고 있다.

대구경북복지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 희망원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사건이 발생하고 3개월이 넘도록 병원 측은 쉬쉬하다가 지금 와서야 수녀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며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2005년 9월부터 올 3월까지 11년 넘게 약제부장을 오랜 시간 맡았는데 개인비리라고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라고 꼬집었다.

파티마병원 불법 리베이트 수수는 대구시립희망원이라는 천주교 운영시설의 비리에 연이어 터져 나와 천주교계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시민단체들은 파티마병원 측이 어떤 사과도 없이 수녀 개인 잘못으로 몰고 가는 행태에 대해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수녀가 수년간 자기 재산을 증식해왔다는 해명을 누가 믿을 수 있겠냐”면서 “조직적 비리에 꼬리 자르기는 이미 우리 사회의 관행이다. 그러나 천주교가 운영하는 병원이라면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천주교 재단의 병원 측이 침묵으로 일관해 신앙적 양심마저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리 사건을 바라보는) 지역민들은 종교가 세상을 걱정하기보다 세상이 종교를 걱정, 한탄하고 있다”며 “그동안 곪아 있던 천주교의 비리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느낌”이라고 성토했다.

대구파티마병원 홍보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해당 수녀에 대해선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 처분한 상태”라며 “비리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법원의 최종 선고가 난 후에 병원 측의 입장표명과 병원장의 공식사과도 계획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구파티마병원은 툿찡 포교 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이 운영하고 있다. 이 병원은 1956년 파티마의원으로 개원해 1962년 종합병원 인가를 받은 대구 지역의 대표적 병원이다.

연대회의는 “수녀회가 운영하는 천주교 사업장이라는 특성과 8년간 이뤄진 리베이트 속성상 개인 일탈이라는 병원 측의 해명은 신뢰할 수 없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또한 수녀 A씨의 범행을, 윤리와 도덕성이 생명인 종교기관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주요 직책을 맡은 수녀가 직접 나서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납품비리를 자행한 자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의료계의 리베이트는 2010년부터 리베이트 제공자와 제공받은 자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가 도입했다.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나 약사, 의료기관 개설자 등은 자격정지와 함께 징역, 벌금형의 처벌을 받게 된다. 받은 리베이트도 전액 몰수 또는 추징된다.

연대회의는 검찰을 향해 “성역없이 수사해 병원의 조직적 개입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끝으로 대구파티마병원 측에는 “리베이트 조성과 비자금 사용처 등을 시민들에게 스스로 밝히고 진정으로 사과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천주교 재단이 운영하는 대구시립희망원과 대구파티마병원에서 연거푸 터진 비리 사건을 두고 천주교계의 자정 노력과 개혁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파티마병원 측이 향후 어떤 조치를 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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